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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여우와 황새

 

 

여우는 황새를 초대해 놓고 식탁 그릇으로 접시를 사용한다. 긴 부리를 가진 황새가 접시에 담긴 음식을 먹을 수 없었던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 황새는 식사초대에 대한 답례로 여우를 자기 식사에 초대한다. 그리고 호리병과 같이 목이 긴 식탁 그릇에 음식을 담아 둔다. 이번엔 여우가 음식을 먹을 수 없었다는 이야기.

 

이 이야기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이솝 우화(寓話) 중의 하나인데 요즘 이 우화가 머릿속을 맴돈다. 이 우화를 생각하게 된 계기는 사람들과 음식 이야기를 나누면서부터였다. 그래도 음식하면 빼 놓을 수 없는 고장인 전주에서 음식 때문에 고생하는 이들은 다름 아닌 외국인들이었다. 이들 외국인들에게서 들을 수 있는 우리 음식에 대한 촌평은 맵고 짜다는 것이었다. 물론 이런 음식을 먹을 때 방바닥에 질편하게 앉아야 하는 것 역시 이들에게는 참 불편한 일이라는 것이다.

 

이런 음식문제에서부터 이들 외국인이 전주에 묵으면서 느끼는 불편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런 불평을 들을라치면 내가 이런 문제를 모두 해결해야 할 것 같은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런 불평과 불만은 외국을 여행하면서 느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아마도 이솝 우화 속의 여우와 황새 이야기가 연상되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여우와 황새가 서로 다른 동물인 것처럼 우리는 우리와 외국인이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에서 이런 실타래를 풀어 가는 것이 순서일 듯 싶다. 각자 처한 자연환경에 순응하면서 쌓아 온 관습들을 이방인이 한 순간에 이해하거나 적응하기에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우리는 먼저 이방인들이 문제를 제기하는 우리의 습속에 대해서 잘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외국을 방문하였을 때에 제일 불쾌한 것중의 하나는 불친절한 설명일 것이다. 여긴 내 나라니까 그냥 받아 들여라, 이유도 묻지 마라, 이런 말을 듣는 이방인은 대단히 섭섭하다. 그래도 내 돈 들여서 찾아간 것은 그 나라의 습속을 어떻게든 이해해 보겠다는 생각이 있어서인데 설득력 있는 설명을 듣지 못할 때의 아쉬움은 무척 크기 마련이다. 이런 입장에서 헤아려 본다면 우리 고장을 찾는 이방인들에게 우리 문화에 대해서 정말 잘 설명해 주어야 할 필요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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