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오목대] 序列문화

 

유교문화의 영향을 받은 동양과 기독교문화권에 속해 있는 서양은 오랜 전통과 관습의 차이로 의식과 행동양식이 크게 다르다. 우선 사회생활의 기본적인 틀을 유지시켜주는 인간관계의 설정 부터가 판이하다. 기독교문화권의 인간관계가 수평적이라면, 유교문화권은 수직적 개념이 강하다. 다시 말해 서양이 평등사상으로 발전해 왔다면, 동양은 종속적 인간관계를 유지하면서 살아왔다. 서로 다른 문화를 놓고 어느 문화가 더 우월하고 어느 문하가 더 열악하다고 말할수는 없으나, 우연찮게도 서양이 동양보다 훨씬 앞서가고 있으나, 우리 문화도 합리성과 실용성을 최우선가치로 받아들일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유교 도덕사상의 기본이되는 다섯가지 덕목 가운데 장유유서(長幼有序)라는 말이 있다. 어른과 어린이 사이에는 사회적인 질서가 있다는 뜻이다. 또 우리 속담에 '찬물도 위 아래가 있다' '나이도 벼슬'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연령을 기준으로 한 억압적인 위계서열문화가 우리 사회에 얼마나 깊게 뿌리내리고 있는지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이같이 폐쇄적이고 획일적인 온정주의적 국민정서는 사회 전반에 연공서열식 조직문화를 양산해 왔고, 그 필연적 결과물로 한국사회는 비능률적인 서열문화와 집단패거리문화가 만연돼있다.

 

서열문화가 잘 유지되고있는 조직을 꼽으라면 법원을 빼놓을 수 없다. 사법시험 합격 기수에 따른 서열은 두 말할 것이 없고, 같은 기수 합격자라도 사시 합격점수와 사법연수원 수료성적으로 서열이 다시 매겨지는 것은 거의 불문율에 가깝다. 법원 인사철이면 법원장실에 전출입자들이 인사를 가는데 이 때도 어김없이 서열을 지키고, 심지어 밥을 먹으러 식당에 가서도 서열순으로 앉아 식사를 하는 것도 낯선 풍경이 아니라고 한다. 판사들 사이에서는 "서열이 천형(天刑) 같다. 임관할 때는 몰라도 임관 이후 인사까지 서열로 좌지우지되는 것은 가위바위보만도 못한 기준”이라는 말까지 나온다고 한다. 다행히 소장 판사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개혁적 인사와 여성이 대법관에 제청됨으로써 제2의 사법파동이라는 '대법관 제청파문'이 누그러지고 있다. 세계적 조류가 합리주의와 실용주의로 흐르는데 우리만 구시대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그 결과는 어떠하겠는가.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깨야 할 껍질이 너무나 많다.

 

전북일보
다른기사보기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김제“지평선산단 폐기물 매립량 증설 결사반대”

전주‘전주역세권 혁신관광 소셜플랫폼’ 내년 2월 문 연다

정읍윤준병 의원, 국정감사 NGO 모니터단‘ 국정감사 국리민복상’ 수상

무주무주 태권도원 방문객 32만 2000명 기록 ‘역대 최대’

국회·정당김병기 "국민 눈높이 못미쳐"…비위 의혹에 원내대표직 전격사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