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포입지 선정 단계 '실패사례로 살펴본 점포의 입지선정'
K씨는 평범한 회사원이다. 오르는 물가에 신음은 하지만 알뜰한 아내와 검소한 생활을 하며 별다른 어려움 없이 자녀 둘을 길러왔다. 하지만 아이들이 커가면서 사교육비 부담이 커져 가던 차에 모임에서 전해들은 한 상가이야기에 귀가 솔깃했다.
시내에 위치한 상가인데 갑자기 비게 되어서 건물주가 급하게 싼 임대료로 내놓으려 한다는 것이었다. 아내와 함께 가보니 시내 중심은 아니지만 상권이 올라오는 분위기라 몫이 좋은 곳이라는 건물주 말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곳이었다. 큰길 옆이고 버스도 많이 다니니 고객 확보에 어려움이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불황에도 지갑이 마르지 않는다는 20대를 공략해 아내는 숙녀복매장을 계획했다.
들뜨는 마음을 누르며 K씨와 아내는 부족한 자금은 대출을 받아 점포를 열었다. 그런데 소문을 들은 지인들의 방문이 점차 뜸해질 즈음, K씨는 한산한 매장분위기에 이상한 기분이 들고 조바심이 난다며 자문을 요청해와서, 매장을 둘러보니 한산한 이유가 있었다.
점포의 입지를 선정할 때 조심해야 하는 점포 유형이 있다. 주인이 자주 바뀌는 점포는 조심해야 한다. 장사가 잘되는 점포는 주인이 자주 바뀌지 않으므로 주변사람에게 확인하여 해당점포의 주인이 자주 바뀌는지 조사해야한다.
또한 점포 임대료가 주위 시세보다 유난히 싼 점포도 주의가 필요하다. 점포의 임대료가 싸면서도 매출이 높은 점포는 애당초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임대료가 낮다면 목이 안 좋거나 틀림없이 이유가 있고, 별다른 이유도 없이 싸다면 더욱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맞은편에 상권이 형성되지 않은 점포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 맞은편에 점포가 형성되지 않은 지역은 대개 대중교통이 비켜가는 지점이거나 상권의 끝 지점일 경우가 많다. 맞은편에 점포가 형성되지 않았다면 사람들을 흡인하는 힘이 약해서 상권의 세력이 약하다.
교통 환경과 위치도 중요한데 K씨 점포의 경우 버스가 많이 다니긴 하지만 버스정류장과의 거리가 어중간 했으며 오르막이 시작되는 부분에 위치해 있었다. 소비자 심리는 하행성이 강하다. 쇼핑을 할 때에도 편한 내리막길이거나 평지에 있는 점포를 선택하므로 언덕에 있는 점포를 피하는 것이 유리하다.
버스정류장과의 거리도 가까운 곳이 좋으며 주차 공간이 용이한지도 살펴야 한다. 상권이 올라오고 있는 추세라는 건물주의 말은 전혀 틀린 것은 아니었지만 K씨의 아내가 염두에 둔 주 소비자 층인 20대들은 시내 중심가에 있는 대형 의류매장에 몰리고 있는 터였다. 그러니 주위 시장 환경에 적합한 업종선정도 잘못된 것이었다. 경쟁점포를 이기려면 경쟁점포보다 더 큰 규모로 더 풍부한 상품을 확보해야한다. 따라서 주변에 같은 업종의 대형점포가 있다면 점포계약에 신중해야 한다.
주위 전문가에게 먼저 조언을 구했으면 좋았을 것을, 창업할 때의 의욕과 달리 나날이 근심이 늘어가는 K씨 부부의 모습은 안타까울 수밖에 없는 일이다.
/장시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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