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세르 아라파트 수반이 이끄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총체적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자치정부의 자체 치안능력이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지도부 붕괴와 내홍(內訌)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아라파트 수반은 가자지구에서 16일 잇따라 발생한 납치사건 후 17일 오전 가자지구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아흐마드 쿠라이아 총리는 납치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표를 제출했으나 아라파트 수반은 수리를 거부했다. 그러나 쿠라이아 총리는 비상각의를 소집, 내각의 향후 대응 논의에 들어갔다.
아라파트 수반은 치안조직 지도부의 부패에 항의하는 무장단체들의 요구에 굴복, 전체 자치지역 경찰총수인 가지 알-자발리를 해임했다. 그는 자신의 사촌을 가자지구 국가보안기구 사령관에 임명하고 치안 관련조직을 통폐합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아라파트의 미흡한 인사조치에 항의하는 수천 명의 가자지구 주민들이 가두시위에 나서 자치정부 내 부패인사들을 해임하도록 요구하고 나섰다.
내년말로 예정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철수계획을 앞두고 자치정부의 지도력과 치안능력에 심각한 위기가 드러남에 따라 이스라엘과 이집트 등 주변국들까지 불안해 하고 있다.
◇ 쿠라이아 총리 사표 제출
아라파트 수반이 이끄는 자치정부는 17일 오전 가자지구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정부시설에 대한 경비강화와 보안관련 직원들의 휴가를 취소하도록 지시했다. 전날 하루 가자지구에서 3건의 납치사건이 수시간 간격으로 벌어진 뒤 취해진 비상조치다.
쿠라이아 총리는 긴급 각의를 열고 납치사건 후속 대책을 논의했으며 아라파트 수반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아라파트 수반은 사표 수리를 거부했으나 쿠라이아 총리는 사의를 굽히지 않고 있으며 19일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쿠라이아 총리는 자신의 퇴진 결심은 확고하며 번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쿠라이아 총리는 자치정부의 개혁부진과 대(對)이스라엘 협상이 답보상태에 빠진데 대한 불만과 좌절 표시로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에 앞서 가자지구 보안총책 라시드 아부 쉬바크와 팔레스타인 정보기구 책임자 아민 힌디도 사표를 제출했으나 아라파트 수반에 의해 반려됐다.
아라파트 수반은 더 이상의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해 일련의 보안기구 인사조치와 개혁조치를 발표했다.
그는 전날 무장괴한들에게 납치됐다가 풀려난 자치지역 경찰 총수 자발리를 해임하고 후임에 무명에 가까운 사이브 알-아지즈를 임명했다. 자발리는 부패혐의로 원성을 사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아라파트는 또 자신의 사촌이며 가자지구 군정보기구를 지휘해온 무사 아라파트를 가자지구 국가보안군 사령관에 임명했다.
아라파트 수반은 또 이집트 등 국제사회의 요구를 일부 수용, 자신의 휘하 12개 치안조직을 3개로 통폐합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국제사회로부터 개혁압력을 받아온 치안조직을 보안총국과 국가안보 및 일반경찰로 통합할 것이라고 밝혔다.
◇ 가자지구서 대규모 개혁 시위
가자시티에서는 이날 밤 수천명의 주민들이 의사당 앞에 모여 아라파트 수반의 인사조치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아라파트 수반이 가자지구 국가보안기구 사령관에 자신의 사촌을 임명한 데 항의하고, 자치정부 내 부패인사들을 모두 척결하라고 요구했다.
아라파트 수반이 이끄는 주류 정파 파타운동 산하 무장단체인 알-아크사 순교자여단까지 아라파트 수반의 인사조치를 비난했다. 이 단체는 무사 아라파트가 부패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라며 인사를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시위도 알-아크사 순교자여단이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단체는 성명에서 자치정부 보안기구에 대한 실질적 개혁을 촉구했다.
아라파트 수반은 하루 종일 참모들과 대책을 숙의했으나 묘책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팔레스타인 소식통들은 쿠라이아 총리가 끝까지 사임을 고집할 경우, 후임자를 임명할 때까지 현 내각이 과도정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잇단 납치사건 정국혼란 발단
가자지구에서는 전날 팔레스타인 경찰 총수 자발리가 무장세력들에 납치됐다가 수시간 만에 풀려났으며 이어 또다른 경찰간부가 무장괴한들에 납치된뒤 17일 오전에야 풀려났다.
이와 별도로 프랑스인 5명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에 의해 납치됐다가 수시간 만에 풀려나는 등 가자지구는 하루 동안 이라크를 방불케 하는 무법천지로 변모했다.
자치지역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연쇄 납치극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철수를 앞두고 영향력을 확장하려는 각 무장 정파들이 저지른 것으로 현지 언론은 분석했다.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는 2005년 말까지 가자지구 전체 정착촌과 요르단강 서안 4개 정착촌에서 철수한다는 방침이다. 이집트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철수 후 예상되는 치안공백과 무정부적 혼란을 막기 위해 아라파트 수반에게 치안조직 개혁을 요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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