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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철의 건축이야기] 화장실과 건강

"추워!" 따뜻한 기운 감돌게

옛날에는 화장실을 보통 뒷간이나 측간이라고 하면서 멀리 했지만, 절에서는 ‘몸에 깃들인 근심을 풀어주는 곳’이라는 의미를 담아서 해우소(解愚所)라고 했다. 또 영어로는 ‘쉬는 장소’이란 뜻으로 레스트 룸(rest room)이라고 한다. 같은 공간이라도 이름을 그럴 듯하게 붙이면 이렇게 달라지는 것이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옛날 왕이 볼일을 보는 장소는 이름부터 더 고상하다. ‘매우(梅雨)틀’이라고 했다. 왕은 지엄한 존재라서 볼일을 볼 때도 매화처럼 흩날리라는 염원을 담아서 ‘매화틀’이라고도 한 모양이다. 뒤처리도 그냥 닦고 씻는 것이 아니라 내시가 공손하게 두 손으로 받쳐 들고 비단으로 닦아줬다고 하니, 우리 보통사람으로는 그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황송한 일이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는 대부분 화장실(化粧室)이라고 부른다. 예전에 그저 변소(便所)라고 퉁명스럽게 내뱉던 이름에서 ‘단장을 한다’는 뜻으로 화장실이라고 점잖게 바꿔 부르게 된 것이다. 그것도 변화라면 큰 변화라고 하겠다.

 

그런데 지금까지 바뀌지 않은 것이 하나 있다. 화장실은 항상 춥다. 더구나 화장실에서는 옷을 내리거나 걷어 올려야 하기 때문에 더 춥게 느껴지는 것이다. 근심을 풀거나 편안하게 사색에 잠기러 찾아가는 장소가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뛰어 들어갔다가 볼일을 보고 나면 부리나케 도망치듯 쫓겨 나와야 한다. 춥기 때문이다. 이게 문제다.

 

추위 자체가 몸을 타고 흐르는 혈관을 수축시키기도 하지만, 우선 몸이 춥기 때문에 빨리 대변을 보려고 얼굴을 찡그리고 배에 더욱 힘을 주다가 갑자기 혈압이 올라가서, 그만 생사를 넘나드는 경계를 맞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말 우리 마음에 깃들인 근심을 풀고, 생각이 깊어지고, 또 고단한 일상에서 잠깐이라도 벗어나서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으로 화장실이 거듭나려면, 지금처럼 화장실을 아름답게 치장하고 이름만 그럴듯하게 부를 것이 아니다. 우리 주거공간에서 한쪽으로 밀쳐두었다가 필요할 때만 찾는 화장실이란 그 작은 공간에 이제부터라도 따뜻한 기운이 감돌 수 있도록, 자그마한 난방시설 하나라도 세심하게 챙겨놓아야 하겠다.

 

/최상철(삼호건축사사무소 대표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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