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문제, 역사 왜곡문제로 이제 한국과 일본은 더욱 더 막다른 골목을 향해서 치닫고 있는 것 같다. 아무리 가까운 이웃이라고 해도 상식은 있는 법인데 일본의 몰염치는 그 상식마저 넘어버렸다. 단순한 피해의식이나 감정의 앙금만은 아닐 것이다. 지리적으로도 가깝고 생긴 모습도 비슷한데 왜 그렇게 일본과는 이해의 골이 깊을까.
흔히 ‘그 시대의 거울’이라고 일컫어지는 건축물을 살펴보면 그 차이를 짐작할 수 있다. 건축형태를 통해서 드러나는 동양삼국의 차이가 확연하기 때문이다. 우선 중국건축은 ‘천안문’이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대륙적인 장중한 스케일감이 돋보인다. 건축물의 크기와 색채에 있어서도 매우 대담하고 거침이 없다. 치켜올려진 지붕선의 과장도 아주 심하다. 민족성 탓일까. 일본건축은 비교적 단순한 형태에 농염한 색채가 무르녹아 있다. 꾸미고 감추고 아기자기하게 줄여놓은 잔재주가 건축물의 구석구석에서 슬쩍슬쩍 묻어 나오기도 한다.
이에 비해 부석사 무량수전이나 수덕사 대웅전처럼 우리 한국의 전통건축은 그 외관부터 투박하고 청초하기 그지없다. 대평원의 한복판에 우뚝 서있기는 했으나 그 존재의 미약함을 감추기 위해서 중국건축처럼 일부러 그렇게 과장을 반복하지도 않았고 섬나라 일본건축처럼 재료와 공간에 인공의 흔적을 가미해 넣지도 않았다. 그저 생긴 그대로다. 앞산 뒷산에 널려있는 소박한 건축재료를 가져다가 불필요한 부분은 깎고 다듬어서 마치 원래 거기에 있었던 것처럼 다시 제자리에 돌려놓고 있다.
그 차이다. 같은 건축물이면서도 집을 짓는 민족의 본성이 다르기 때문에 그렇게 서로 다른 집을 짓게 된 것이다. 지금 그 민족성의 차이가 요란하게 충돌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 그대로를 표현하고 즐길 줄 아는 민족과 객관적인 사실일지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일단 감추고, 줄이고 농염하게 다시 꾸며야 직성이 풀리는 습성을 가진 이웃 민족간의 피할 수 없는 충돌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건축사의 눈으로 보면 그렇다는 얘기다.
/삼호건축사사무소 대표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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