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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철의 건축이야기] 미륵사지 석탑

백제무왕 좌절된 기상 느껴져

서양에는 고딕양식과 로마네스크 양식의 기독교 건축물이 많은데 비해, 우리나라에는 불교건축물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웬만한 산에만 찾아가도 여기저기 자리 잡고 있는 크고 작은 사찰들을 쉽게 만나게 된다. 이른바 명산대찰(名山大刹)인 셈이다.

 

그런 명산대찰에 찾아갈 때마다 우리는 으레 대웅전 안마당에 떡 버티고 서있는 탑(搭)을 보게 된다. 저 혼자 우뚝 서있는 것도 있지만, 불국사 안마당의 다보탑과 석가탑처럼 양쪽으로 정답게 나뉘어져 그 사이로 관람객을 맞이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사진만 찍고 돌아서던 그 탑에도 사실 나름대로 의미가 담겨있다.

 

절을 짓는 것은 우선 탑과 불상을 봉안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리고 육중한 돌로 그렇게 어렵게 조각해서 만든 석탑을 그 중요한 대웅전 안마당에 버젓이 세워놓은 것은, 원래 석가모니의 사리를 안치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작고 단순해 보이는 그 탑들이 사실은 불상을 모신 대웅전보다 어떤 의미에서는 더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 고장에서도 조형미가 뛰어난 석탑이 몇 기 있는데, 익산에 있는 미륵사지석탑과 왕궁 5층 석탑 그리고 금산사 6각 다층석탑 등이 잘 알려져 있다. 그 중에서도 익산 미륵사지 석탑이 단연 돋보인다. 지금은 한쪽 구석이 허물어져 다소 보기 민망한 형태로 기울어져 있지만, 미륵사지 석탑은 부여 정림사지 석탑과 함께 한국 초기석탑의 전형을 잘 보여주고 있는 역사적인 탑이다.

 

사찰을 지을 때, 처음에는 목탑(木搭)이 많이 세워졌으나 화재로 자꾸 소실되자 좀 더 견고한 석탑을 건립하게 된다. 미륵사지 석탑은 바로 이 시기의 대표적인 양식이다. 그래서 미륵사지 석탑은 돌로 만든 석탑이면서도 기둥이 있고, 지붕이 있고, 또 벽면이 세밀하게 디자인되어 있다는 특징이 있다. 그 결과 얼핏 보면 마치 목탑처럼 보이게 된다.

 

무려 1400여 년 전, 백제 무왕 때 어느 이름 모를 장인이 그 차가운 석재를 정으로 쪼고 또 쪼아서 곱디고운 목탑처럼 만들고자 했던 그 노고를 생각하면서 익산 미륵사지석탑 주위를 한번 천천히 돌아보면, 아마 세월 속에 묻혀버린 백제 무왕의 좌절된 기상이 느껴질지도 모른다. 마치 사자가 하늘을 향해서 울부짖는 형상을 하고 있다는(獅子仰天) 미륵산의 그 웅혼한 정기와 함께···.

 

/삼호건축사사무소 대표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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