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 하나, 중등교육에서 영어회화는 영어선생이 가르친다. 그런데 영미문학은 국어선생 몫이다. 이런 역할 분담이 이이러니컬한 이유는 이들 교사의 대학시절 교육과정에 있다. 영어 예비교사는 예전보다는 나아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영어영문학 중심의 교육과정으로 교육을 받는다. 그래서 영미문학의 시와 소설 등을 중심으로 대학시절 교육을 마무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중등교육 현장에서 가르쳐야 할 영어교육의 내용은 시와 문학이 아니다. 날이 갈수록 영어회화 능력을 잣대 삼아 교육의 성과를 평가하는 안팎의 분위기 때문이다. 그러니 교사가 된 다음부터는 영어회화 중심의 학습과정에 맞추어 가르칠 준비를 따로 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들 영어교사가 맡아야 할 영미문학은 고스란히 국어교사의 몫으로 돌아온다. 그래서 국어교사들이 대학 교육과정 중에서는 맛보기 정도에 그쳤던 영미문학의 내용을 마치 주전공인 양 가르쳐야 한다. 요즈음에는 대학 입시에서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논술까지는 국어교사의 몫이다. 하지만 국어교사 역시 사정은 영어교사와 비슷하다. 이들 영미문학과 논술 모두 대학 교육과정의 주된 내용으로 배운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중등과 고등교육 현장의 괴리는 학원교육을 양산한다. 중등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대학생들은 일찌감치 서울 영등포 둥지의 학원가를 찾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사실을 안다. 심지어 대학에서까지 이들 학원 강사를 데려다가 특강 자리를 마련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모순 둘,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은 영어선생이 더 잘 하는 줄 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들과 대화를 하려면 의사소통이 가능하여야 하고 그런 사람은 영어선생이라는 논리이다. 이런 생각들을 한국어교육을 위해서 해외에 파견하는 교사와 교수의 전공을 보면 쉽게 드러난다. 한국어교육이라는 전공이 학문분야로 자리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해외파견 교수와 교사의 대다수는 국어교육 전공자가 아닌 영어 등의 외국어 전공자들이다.
이들 외국어 전공자들이 외국인들과 의사소통이 잘 되는 것은 사실이겠지만 이들에게 한국어교육을 잘 할 수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배우지 않은 내용들을 가르쳐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라는 환경 탓만 할때는 지났다.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