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돌방의 불편이 건강엔 좋아
옛날 집은 확실히 불편하다. 더구나 소파도 없고, 침대도 없고, 식탁도 없는 온돌방은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우리 몸에 걸치는 옷이 변했고, 먹는 음식이 변했으며, 사고방식마저 황량하게 변해버린 지금, 그래서 온돌방을 건강한 주거방식이라고 예찬할 수만은 없게 되었다. 그동안 서양의 입식생활은 불편을 줄이는 방향으로 변화를 거듭한 반면, 온돌방으로 대표되는 우리의 좌식생활은 지금도 여전히 불편을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아파트가 대량으로 공급되면서부터, 우리의 주생활방식도 몰라보게 달라지기 시작하였다. 어느 집이나 이젠 거실에 소파가 놓여있는 것이 당연한 풍경이 되었고, 안방과 주방에도 침대와 식탁이 나란히 구색을 갖추고 있다. 어느 덧 입식생활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된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변하지 않는 게 있다. 아마 이번 추석 때도 그건 마찬가지일 것 같다. 처음엔 소파에 젊잖게 앉아 있다가,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부터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모두들 슬그머니 양다리를 꼬고 앉아서 양반자세를 취하게 된다. 아니, 아예 바닥으로 내려앉을지도 모른다. 식사를 할 때도 그렇고, 잠을 잘 때도 마찬가지다. 식탁이나 침대가 아니라, 모두 다 바닥으로 기어 내려오게 된다. 예전처럼 좌식생활로 슬며시 돌아가는 것이다.
사실 그런 것이 아니더라도, 편리하고 산뜻해 보이는 입식생활에도 문제는 많다. 우선 의자를 습관적으로 사용함으로서 허리와 종아리 부분에 자극을 주지 않게 되고, 그 덕에 허리는 굵어지고 종아리는 약해져서 다리의 실핏줄이 터질 확률이 그만큼 더 높아진다고 한다.
그런데 온돌방은 다르다. 온돌방은 원래 신체의 굴신(屈伸)작용이 훨씬 많도록 설계되어 있어서 때로는 불편하다는 천대를 받기도 하였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런 것만도 아니었다. 원래부터 온돌방은 그런 「불편」을 전제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생활이 그만큼 더 건강해졌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렇게 말하면 운동과 노동은 다른 것이라고 항변하기도 한다. 맞는 말이다. 운동과 노동은 분명히 다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장수촌들일수록 운동과 노동이 그렇게 확실히 구분되어 있지 않다는데 있다. 생활 자체가 노동이고, 또 노동이 곧 운동이 되는 것이다.
이제 추석이다. 운동한다고 스포츠센터나 찜질방에 따로 찾아가서 억지로 땀을 뺄게 아니라, 우선 집안일부터 거들어 보자. 물론 즐겁게 거들어야 한다. 그러면 그게 곧 운동이 되고, 휴일 내내 마음도 함께 편해지는 비결이 될 수 있겠기 때문이다.
/삼호건축사사무소 대표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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