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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단체장 위상 이대로 놔둘텐가

“38년 동안 공직자로서 나름대로 자존심을 지키며 살아왔는데 말년에 그 알량한 자존심마저 휴지조각처럼 구겨지고 말았다”

 

신균남 김제부시장이 공로연수 6개월을 남겨놓고 전북도로 전입하면서 밝힌 소회가 공직사회에 파장을 일으키는 모양이다. 부단체장으로서의 위상이 한갖되고, 허수아비 노릇만 하다 떠나는 심정에다 이른바 ‘먹어대는’ 좋지않은 풍토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신 부시장의 이런 소회가 아니더라도 부단체장의 위상과 권한이 현저히 약화되고 있는 건 문제다. 부단체장은 단체장을 보좌하면서 행정을 총괄하고 단체장을 대리하는 기능을 갖는다. 단체장이 정치인이라면 부단체장은 행정가로서 상호 보완적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그런데 부단체장 인사가 정치적 판단에 의해 이뤄지면서 갈수록 행정가로서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지방공무원법 시행령 등에 다르면 자치단체의 부단체장 임용은 광역단체장이 시장·군수와 협의하고 전출·입 등 동의절차를 거쳐 해당 시장·군수가 임용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시장군수가 결정적 권한을 갖게 된다.

 

이렇다 보니 부단체장이 '인사권'이나 경리관으로서 권한을 행사하지도 못한 채 그림자 역할에 그치고 있다. 20∼30년씩 행정노하우를 쌓은 공무원들이 단체장 눈치나 보고 처신한다면 얼마나 한심한 노릇인가.

 

더 나아가 선거 때 캠프 출신들이 뒤에서 배후조종하는 대로 부단체장은 나팔수 노릇을 하는 경우도 있다. 말을 듣지 않거나 뭔가 소신있게 일을 하려면 먹어대기 일쑤고 갈아치우기 때문에 ‘가만히 있는 게 최선’이라는 말도 퍼져 있다.

 

부단체장 인사 역시 원칙없이 휘둘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마치 인력시장의 골라잡기 식으로 '러브콜 인사'가 이루지는 바람에 이미 인사질서가 깨진지 오래다. 단체장과 캠프출신들 한테 선을 대는 광경은 목불인견일 정도다.

 

이런 시스템과 상황 때문에 부단체장은 행정공무원이면서도 소신을 접고 민선단체장의 눈치만 살피다가 떠나는 현실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국가적 낭비이자 인력을 사장시키는 일이다. 신 부시장의 언급처럼 마지막 남은 자존심을 구기는 일이기도 할 터이다. 지금이라도 주어진 행정권한이 제대로 행사되고 부단체장으로서의 위상이 흔들리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강구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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