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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석의 건축담론] 건축도면 표현방식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평면, 입면, 단면과 같이 직교좌표계에 의해 작성하는 도면은 사실 수 많은 도면 작성방법의 하나에 불과하다.

 

도면이란 단순한 정보전달의 매체가 아니라 당시의 건축가의 사고과정을 드러내는 수단이다.

 

‘한옥은 도면이 없이 짓는다’, ‘목수의 머릿속에 다들어 있다’라는 말이 있는데 어떻게 그랬을까?

 

그것은 지금과는 다른 도면을 표현하는 방식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우리 건축인들의 방식에 지형에 순응하려고 하는 현장성이 강한 이유도 있지면, 한옥의 시스템적인 성격이 대략적인 배치만 정해지면 어지간하면 말로도 설명이 되기 때문이다.

 

예를들면 ‘정면5칸, 중심의 3칸은 툇칸을 포함한 마루, 측면2칸, 팔작지붕, 굴도리 5량집’하면 대략적인 건물의 형식이 다 전달된다.

 

참으로 놀라운 우리 전통건축 한옥의 시스템적 특성이다.

 

물론 골격에 관한 것이고, 수많은 요소가 덧붙여져야 집이 완성되는 것이지만, 몇 마디의 말로 건물의 전체적인 내용을 설명할 수 있다는 환원적 개념은 놀라운 것이다.

 

또한 배치방식도 간잡이 방식이라 하여 주기론과 주리론에 의해 차이를 달리하는 점도 있지만, 정,동,변,화택에 대한 이론이나 풍수이론인 사명24산향법 등의 간잡이방식들이 있었다.

 

그리고 표현하는 방식에 따라 사방전묘도법(관찰자가 특정 장소에서 서서 사방을 바라보며 그린 도면), 부감범(현대의 입면 오블리크와 같이 위에서 내려다 본 것 같은 도면) 등의 표현들이 많으며, 배치도라고 할 수 있는 한,두장의 도면으로 충분히 건축을 할 수 있었다.

 

사방전묘도법의 도면을 보고 있으면, 당시 사람들이 어느 공간에 중심을 두었는지를 쉽게 인식할 수 있는 재미가 있다.

 

이러한 시스템적인 표현은 우리에게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르네상스 당시에 오더의 체계가 정리되었는데, 오더란 기둥의 밑부분의 굵기를 기준으로 건물의 각부분의 비례체계를 결정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기둥의 종류, 기둥의 간격, 기둥의 배열방식 등을 종합하여 ‘도리스식의 6주식에 의한 주익식의 신전이며, 기둥분할은 정주식’이라 기록해서 입체적인 세부까지를 포함하여 건물 전체를 정하는 일이 논리적으로 가능했었다.

 

현재는 다르지만, 건축을 만들어가는 작업하는 방식이 설계에서 시공까지의 공정이 세분화 되지 않은 당시에는 과거의 방식으로도 충분했으리라 생각이 든다.

 

근대에 와서 데카르트에 의한 직교좌표계의 발견과 더불은 의식의 전환과 다양해진 사회적 요구, 이에 따른 기술적 발전 등이 많은 전문적인 부분으로 세분화되는 것을 지양하게 되었다.

 

이제 도면의 표현이 정보전달의 방식으로 변화를 수용하게 되었다. 직교좌표계를 준하는 형식인 현재 사용하는 평면, 입면, 단면으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건축사사무소예림.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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