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음식문화아닌 도시 공간문화
전주시는 금년 1월부터 도시의 새로운 문화 활성화와 상품화를 위해 소위 ‘막 프로젝트’를 추진 해 오고 있다.
뒤돌아 보면, 우리지역은 오래전부터 타지역에서는 드문 독특한 술 문화를 갖고 있었다. 풍성한 먹거리 덕분에 작은 주막에서 막걸리 한주전자만 시켜도 10가지 이상의 안주가 무료로 제공되었던 것이다. 더욱이 그 공짜 안주는 지역의 다른 음식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을 만큼 맛있었다.
이러한 막걸리 주점들이 한동안 자취를 감추었다가, 최근 2-3년 사이에 전주의 여러 지역에서 자생적으로 많이 들어서고 있다. 전주시의 조사에 의하면, 구도심의 경원동과 비교적 시신가지인 평화동, 효자동, 서신동 등에 골목길을 마주하고 집단적으로 생성되고 있다고 한다.
막걸리 주막의 집단적 생성은 도시문화의 수요와 공급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자연스럽고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우리지역의 전통적인 수준 높은 음식문화의 테두리에서 특히 술 문화는 우리의 일상생활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전주시는 이러한 자생적인 막걸리집 들을 하나의 독특한 지역문화의 하나로 보고 이를 상품화하기 위해 ‘막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의 주요 내용은 ‘예술적 감각과 문학적 기질이 곁들어진 구역별 테마거리 조성’ 그리고 ‘고풍적이면서도 시민의 접근성이 용이한 업소별 차별화된 실내장식’이라고 한다. 이를 위하여 문인, 서예, 한지, 건축 등의 관련 단체와 막걸리집 업소들과의 결연을 통해 차별화된 모습을 찾아주고 있다.
전례가 없는 이 사업의 시범적 진행은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으리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민, 관과 더불어 전문가 집단의 세그룹이 함께 기획하는 사업으로서도 매우 큰 상징성과 의미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사업은 현재 각 업소의 개별적 리노베이션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으나, 앞으로는 가로화(街路化)에 의한 영역화로서 도시 맥락의 범위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개별 건물만이 아니라 군집되어 있는 지역을 하나의 가로 경관, 가로 분위기, 가로 이미지의 관점까지 고려하여 개선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막걸리 문화는 단순히 음식 문화가 아니라 도시의 공간문화, 건축문화로까지 연장된다는 사실을 상기해 본다.
앞으로, 전주의 ‘막 프로젝트’가 독일 뮨헨(Munich)의 Oktober Fest(맥주축제)와 같은 세계적인 수준의 축제로 발전할 수 있는 준비과정이 될 수 있다고 기대해 본다.
/건축가·전주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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