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수는 그의 시에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고 했던가. '이브'가 지구에 와 처음 '월E'의 이름을 불렀을 때 그도 비로소 '몸짓'에서 벗어났는지도 모르겠다.
지구상에 홀로 남겨진 로봇 월E(Wall -E). 어딘가 어눌해 보이는 이 청소 로봇의 이야기는 디즈니와 픽사가 함께 만들어 냈다. 104분의 러닝타임과 전체관람가 이지만 비단 아이들만을 타깃으로 한 영화가 아니다. 호기심으로 가득 찬 월E의 일상을 통해 웃음을 제공하는 전반에 이어 두근거리는 마치 '첫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하는 이야기, 그리고 후반부로 이어지는 따끔한 충고에 이르기까지 너무나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 1시간이 넘는 이야기 이면서도 별 대사 없이 극을 이끌어 가는 힘은 이 애니메이션의 스토리가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준다.
월E의 은하수 여행 장면과 소화기를 이용해 우주를 날아다니는 장면은 단연 영화의 백미다.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실제 촬영한 듯한 느낌으로 관객의 몰입도를 더해주고, 사랑의 매개체가 되기도 하는 고전 노래와 영화는 첫사랑의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묘한 두근거림을 주기도 한다.
많은 이야기를 선물 할 영화 주인공들을 미리 만나보자.
▲ 주인공1 - 월이 Wall-E
내 이름은 '월E'. 더 이상 생명이 살 수 없는 지구를 버리고 인간들은 모두 우주로 떠났다. 나는 지구에 남아 인간들이 남긴 끝없는 쓰레기를 처리하는 로봇이다. 텅 빈 지구에 홀로(사실은 바퀴벌레 친구가 있기는 하다.) 남아 수백 년을 일만하며 보냈다. 나와 같은 모습의 로봇들은 모두 동작을 멈췄는데도 나만은 여전히 일을 하고 있다.
어느 날 나와는 너무 다른 모습에 아름다운 그녀 '이브'가 지구에 오면서 내 생활은 180도 바뀌어 버렸다. 그녀는 내게 이름을 물었고 그 목소리는 나를 흔들었다. 어떤 임무 때문에 지구에 왔다는 그녀는 끝내 무슨 일인지는 말해 주지 않았다. 자꾸만 그녀의 손을 잡고 싶은 건 무슨 감정일까?
내 집에 이브가 놀러 온 날. 쓰레기 처리 중 발견한 녹색 물체를 그녀에게 선물한 순간 이브는 갑자기 멈춰 버렸다. 그리고 그녀가 처음 지구에 왔을 때처럼 큰 우주선이 이브를 데려가 버렸다. 나는 한순간의 고민도 없이 그녀를 쫒아 우주선에 올랐고, 이브를 다시 만나기 위한 모험이 시작 됐다. 그녀를 만나는 것은 생각보다 복잡했다.
▲ 주인공2 - 이브 EVE
나는 지구의 미래를 결정할 열쇠를 찾아 인간이 보낸 탐사 로봇 이브다. 투명할 만큼 새하얀 색에 매끈한 외모를 자랑한다. 아름다운 장미에는 가시가 있기 마련. 내 성격이 좀 괴팍(?)하긴 하다. 뭔지 모를 물체가 보이면 일단 레이저 빔을 쏘고 보니까.
지구에 온 첫 날 월E를 만났다. 지저분한 외모 뿐 아니라 말도 안통 한다. 그래도 나름 귀여운 구석은 있다.
월E가 살고 있는 컨테이너 박스에 따라 갔다가 재미있는 구경을 했다. 사람들이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나오는 영상 이였다. 지금의 인간들은 춤을 추지도 못할 정도로 뚱뚱해져 있어 그 영상은 신기할 따름 이였다.
그런데 월E가 내 임무이자 인간의 미래인 '그것'을 내밀었다. 나는 그것을 가슴이 넣고 동작을 멈춘 채 모선이 나를 다시 데려가기를 기다렸다. 내가 우주에 돌아와 정신을 차렸을 때 놀랍게도 월E가 내 옆에 있었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 주인공3 - 선장
지구는 생명이 살 수 없을 정도로 쓰레기 더미가 돼 버렸다. 아니 돼 버렸다고 들었다. 내 아버지에 할아버지에 할아버지에 할아버지 그러니까 음... 아무튼 한참 전에 우주로 떠나왔다. 사실 나는 이 우주선, 액시엄의 선장이지만 별로 할 일은 없다. 우주선은 모두 인공지능으로 로봇들이 알아서 일하고 운전하기 때문이다. 나는 시간에 맞게 그 날 음식 메뉴와 간단한 날씨만 방송하면 된다. 이 우주선은 너무나 편하다. 우리는 모두 공중을 날아다니는 개인 의자에 앉아 생활한다. 옷도 알아서 갈아 입혀주고 부르기만 하면 로봇들이 음식을 가져다 줄 뿐 아니라 모든 일을 도와서 아니 모두 해 준다. 멀리 있어도 의자에 설치된 시스템을 통해 의사소통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옆 사람을 신경 쓰거나 누군가를 찾으려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더 이상 혼자 걷기는 힘들고 의자에서 일어서지 않는다.
지구에 다시 생명이 살 수 있을 때 쯤 우리는 다시 돌아갈 것이다. 그래서 탐사로봇을 보내 조사시키고 있다. 하지만 몇 백 년 동안 탐사로봇은 불가능 하다는 대답만 가지고 돌아왔다. 사실 이제는 기대를 한다거나 돌아가고 싶은 생각마저 들지 않는다. 이곳은 '완벽하게' 편한 곳 이니까.
하지만 탐사로봇이 '그것'을 가져왔을 때 이제는 지구로 돌아가야 하는 순간임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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