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대표하는 꽃하면 국화가 아닐까 한다. 우리 곁을 지키는 관상식물로, 오랜 세월을 두고 사랑을 받아 왔기 때문이다.
국화는 서양보다 동양에서 더 귀하게 여겼다. 우리나라에서는 사군자중 하나로, 중국에서는 '은일(隱逸)의 꽃'(도연명)으로, 일본에서는 천황을 상징하는 꽃으로 대접해 왔다. 반면 서양에서는 국화를 조화(弔花)로 썼다. 영생을 희구하는 신앙과 관련이 있는게 아닌가 싶다.
국화의 생태를 가장 잘 표현한 글은 단연 '국화부(菊花賦)'일 것이다.
"첫째로, 동그란 꽃송이가 높다랗게 달린 것이 천극(天極)을 본 뜬 것이요/ 둘째는 잡색이 섞임이 없는 순수한 황색은 땅의 빛깔이고/ 셋째는 일찍 심어 늦게 피는 것은 군자의 덕이며/ 넷째 서리를 뚫고 꽃이 피는 것은 굳세게 곧은 기상이요/ 다섯째로 술잔에 꽃잎이 떠 있음은 신선의 음식이다." 중국 위(魏)나라 종회(鍾會)가 쓴 다섯줄 짜리 글이다. 국화의 모든 것을 이만큼 극찬한 글을 보았는가.
이은상 시인 역시 이 대열에 낀다. "알뜰하기로는 친구인 채로, 귀하기로는 손님인 채로, 점잖기로는 군자인 채로, 정답기로는 식구인 채로, 나는 여기 선생이라 부르기를 주저하지 아니한다."(賞菊三到)
또 작자 미상의 시조 '창밖에 국화를 심어'는 흥취와 신명을 돋운다. "창밖에 국화를 심어 국화밑에 술을 빚어 두니/ 술 익자 국화 피자 벗님오자 달 돋아온다/ 아이야 거문고 청 처라 밤새도록 놀리라." 국화주 한잔이 간절하게 생각나는 시조다.
글 보다 많지 않으나 국화를 그린 그림도 꽤 많다. 심사정의 묵국도(墨菊圖), 정선의 동리채국도(東籬採菊圖), 이우(율곡의 동생)의 국화도(菊花圖) 등은 탁월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국화의 계절을 맞아 요즘 국화축제가 한창이다. 인천 드림파크, 과천 서울대공원, 마산 가고파, 함평 등 전국적으로 30여 곳에서 동시에 열리고 있다. 전북에서는 '국화 옆에서'로 널리 알려진 서정주 시인의 고향 고창이 유명하다. 고창읍 석정온천일대에서 펼쳐지는 '300억 송이 하늘열린 고창국화축제'는 노랗고 하얀 각양각색의 국화 전시가 장관이다. 인근 미당시문학관에서는 문학제가 열린다.
또 익산 천만송이 국화축제, 정읍 내장산 국화축제도 볼만 하다. 깊어가는 가을, 진한 국화향기에 젖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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