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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만한 영화] 차우

'코미디 공포' 들어는 보셨는지?…공포 이상의 웃음, 코미디 이상의 진지함

영화 '차우'의 한 장면. (desk@jjan.kr)

▲ 차우 (모험, 스릴러/ 121분/ 12세 이상 관람가)

 

'코미디 공포' 나 '코미디 스릴러' 라는 장르를 들어는 봤을까? 이런 장르가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을뿐더러 이 어울리지 않는 단어의 조합은 들어본 적도 없으니 존재 자체가 의심스럽다. 하지만 이번 주 개봉한 우리 영화 '차우'를 본 관객이라면 망설임 없이 '코미디 공포물'의 존재를 인정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영화의 '괜찮음'에 감동하게 될 것이다.

 

말도 안되는(?) 장르를 표방하지만 이 영화가 3류를 지향한다거나 시덥지 않은 웃음을 남발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분명 사람을 먹는 멧돼지가 등장하는 괴물 영화고, 등장인물들의 고생과 고난이 함께하는 모험극이자 스릴과 공포가 있는 영화이기 때문. 여기에 영화 전체를 아우르는 웃음이 너무나도 예쁘게(?) 담겨있다.

 

산 속 작고 평온한 마을 삼매리. 주말농장 준비로 마을 사람들이 정신 없는 이 때, 무덤이 파헤쳐지고 시신이 훼손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리고 연이어 갈갈이 찢긴 변사체들이 발견되고, 전문 사냥꾼 천일만(장항선)의 손녀도 머리만 남은 상태로 발견된다. 천일만은 식인 멧돼지의 짓임을 짐작하지만 마을 사람들과 이장은 주말농장 사업에 방해가 될까 사건을 은폐하려 한다. 결국 멧돼지는 마을회관에 모여있던 사람들을 덮치고 이제 한 발자국도 양보 할 수 없는 목숨이 달린 사투가 시작된다. 천일만과 전문 사냥꾼 백포수(윤제문), 수사를 담당한 신형사(박혁권)와 함께 서울에서 교통경찰을 하다 좌천된 김순경(엄태웅)은 사라진 치매 노모를 찾기 위해, 동물 생태 연구가 변수련(정유미)은 연구를 위해 식인 멧돼지 '차우'를 추격한다.

 

사실 이 영화의 공포는 식인 멧돼지가 아니라 사람이다. 인형 들고 다니며 미친 포스를 과감히 드러내 주시는 동네 미친 여성은 한밤중에 나타나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아무나 붙잡고 '엄마'를 부르게 되지만, 마을 주민들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10년째 범죄 없는 마을'이라는 푯말이 멀쩡히 붙어있는 길거리를 배경으로 삼매리 경찰 서장은 샤워를 하는 여성의 실루엣을 훔쳐 보는가 하면, 주말농장 사업을 이야기하며 도시 사람들은 '웰빙'에 사족을 못 쓴다고 비웃고 조롱한다.

 

무엇보다 앞서 이야기한 줄거리처럼, 사람들이 욕심에 눈이 멀어 사실만 은폐하지 않았다면 영화 자체가 성립되지 않을 뻔 했으니, 인간의 욕망이란 공포스러운 것이 분명하다. 이렇듯, 영화는 인간의 모습을 상영시간 내내 가지고 논다. 아무 것도 아닌 이야기처럼 하나 툭 던져 주고 결국엔 웃음으로 연결시키는 애매하고 미묘한 재미를 보여주는 것. 참 '난데없고 뜬금없는 유머다' 싶으면서도 '이런 복선인가' 다시 의심하게 되는 것이 묘미다. 이런 웃음은 감독의 연출 데뷔작 '시실리 2km'를 기억해 낸다면 이해가 될 것. 이야기의 복선과 웃음 코드가 훌륭하다고 치면 상대적으로 없어 보이는 부분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아쉽게도 '차우'의 허점은 가장 중요하다면 중요할 수 있는 식인 멧돼지의 CG다. 만드는 과정의 어려움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CG의 부족함이 이 영화를 코미디물로 만들어 버린 것은 아닌가 싶다. 어떤 장르를 딱히 택할 수는 없지만 공포 영화 이상의 웃음이 있고 코미디 영화 이상의 진지함이 있으니 영화 한편으로 얻는 소득치곤 괜찮지 않을까.

 

이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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