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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한옥마을 주민민박 12곳 선정 개·보수 지원

"우물·텃밭 있어 한옥 민박 딱이죠"

지난달 31일 한옥마을 주민민박에 참여할 운영자를 선정하기 위해 심사위원들이 희망 주민들의 집 구석구석을 살펴보고 있다. (desk@jjan.kr)

"한옥생활체험관 손님이 넘쳤다고 해서 우연히 우리집을 한 번 내어주게 됐는데, 손님들이 좋아하더라고. 그래서 이번에 집을 '싹' 다 고쳤어. 우리집은 비데만 하나 있으면 돼."

 

일흔이 넘은 부부가 단촐하게 살고 있는 정진성씨(전주시 풍남동 3가). 그는 한옥마을보존협의회(회장 이세중)가 준비하고 있는 '한옥마을 주민민박'에 신청하면서 수석 장식장도 새로 맞췄다. 수석이야 정씨 취미이지만, 혹시 민박하러 오는 사람들에게 볼거리라도 될까 싶어서다.

 

"누가 이런 집에서 자겠냐고 우리 아저씨가 어찌나 뭐라고 하던지…. 그래도 한 번 신청해 봤어요. 한옥마을 손님도 많아졌고, 또 우리집 터가 넓어서 뒷마당 평상에서 놀면 좋거든."

 

뒷마당이 넓은 송옥주씨(전주시 교동) 집은 우물도 있고 텃밭도 있어 도시에서 내려온 관광객들에게 딱이다.

 

한지공예가 김혜미자씨(전주시 풍남동)는 "그래도 내가 전주시민의장까지 받았는데, 뭔가 봉사를 해야하지 않겠냐"며 작업실이자 살림집인 '이지원'을 개방하기로 했다. 한옥마을에서 전통찻집 '차마당'을 운영하는 박철웅씨(전주시 교동)도 작지만 운치있는 방 하나를 내놓았다,

 

한옥마을보존협의회가 지난달 31일 '한옥마을 주민민박 선정 심사'를 진행했다. 민박을 희망한 주민들의 집을 돌아보고 집주인과 직접 인터뷰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이번 심사는 나즈막한 담장과 먹색 기와가 고즈넉하게 느껴지던 한옥마을의 속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였다.

 

곰팡이 슬어있는 장판과 어두침침한 조명, 묵은 짐 등 아파트 생활과는 전혀 다른 한옥의 삶은 그러나 조금 불편해도 사람과 사람이 부대끼며 살 맞대고 사는 정이 있는 곳. 심사에 참여했던 안상철 풍남문화법인 사무국장은 "낭만적인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는 한옥마을 역시 치열한 삶의 현장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옥마을보존협의회가 주민민박을 준비하게 된 이유는 여러가지다. 한옥마을 관광객 수가 늘어나면서 숙박시설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방 하나에 10만원 정도 받고 월세를 내놓거나 단 둘이 살아가는 노부부의 경우 주민들의 소득으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권철 운영팀장은 "주민설명회에만 100여명이 참석하고, 30여 집이 주민민박에 신청하는 등 주민들의 관심과 호응이 컸다"며 "심사를 통해 선정된 주민민박 운영자들의 모임을 갖고 9월부터 시범운영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심사에서 주민민박에 선정된 집은 12곳. 집마다 200∼250만원이 지원돼 장판이나 벽지, 침구, 화장실, 주변환경 등 집을 개·보수해 주고, 대신 이 혜택을 받은 경우 3년 동안은 의무적으로 주민민박을 해야 한다. 정성엽 사무국장은 "주민들이 각자 민박 시스템을 운영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부터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주민민박 통합 카드결제기나 현급지급지를 설치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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