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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얼굴없는 천사'의 10년째선행

올해도 어김없이 '얼굴없는 천사'가 찾아 왔다. 세밑인 28일 전주시 완산구 노송동주민센터 옆 공터에 8000만 원이 넘는 돈을 놓고 간 것이다. 벌써 10년째다.

 

A4 용지 박스에는 돈과 함께 편지도 나왔다. 선행을 하게 된 동기를 가늠케 한다. 편지에는 "…저희 어머님께서도 안 쓰시고 아끼시며 모으신 돈이랍니다./ 어머님의 유지를 받들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여졌으면 합니다."라고 짤막하게 쓰여 있었다. 또 이전에는 "불우한 이웃에게 작은 정성을 나누어 줄 수 있어 행복합니다"라는 편지를 넣었다.

 

이로 보아 선행자는 큰 부자는 아닌듯 하다. 어쩌면 우리 주위의 장삼이사(張三李四) 일지 모를 일이다.

 

어쨌든 그의 선행은 찬바람 쌩쌩부는 겨울에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녹여준다. 생색내기 좋아하는 세태에, 그것도 익명으로 10년 세월 변함없이 기부해 온 것을 보면 '천사'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다.

 

이에 보답하기 위해 전주시는 '표지석'제막식을 갖기로 했다. '얼굴없는 천사여'라고 시작하는 표지석에는 "당신은 어둠속의 촛불처럼 세상을 밝고 아름답게 만드는 참사람입니다. 사랑합니다."는 글귀를 새겼다. 그리고 주민센터 앞 도로 이름도 '얼굴없는 천사로(路)'로 바꾼다고 한다. 참사랑에 대한 전주시민의 조그만 성의표시인 것이다.

 

우리 사회는 갈수록 양극화의 그늘이 짙어지고 있다. 고령노인과 여성노동자, 장애인, 비정규직 등 취약계층이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더구나 '고용없는 성장'으로 실업의 고통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들을 위해 정부는 복지예산을 늘리고 사회안전망을 갖추려 애쓰고 있으나 크게 미흡한 게 현실이다.

 

이 틈을 메우는 게 기부와 나눔의 손길이다. 다행히 경기 침체 속에서도 우리의 기부문화는 한발씩 전진해 왔다.

 

하지만 우리의 개인 기부지수는 1인당 GDP의 0.5% 수준에 그치고 있다. 특히 부유층의 기부 참여율은 현저히 낮다. 미국의 경우 최고 부자가 곧 최고의 기부자인 것과 대비된다. 또 1회성 기부가 많고 기부를 유도하는 제도적 장치도 미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미래는 얼굴없는 천사같은 기부자가 있어 밝다. 그의 선행이 나와 우리들의 기부문화를 돌아보는 계기였으면 한다.

 

전북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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