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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만한 영화] 친정엄마

엄마와 딸, 가슴 찡한 이야기…실컷 울어도 좋다

5월 8일은 어버이날. 부모님과 함께 보면 좋을 영화를 꼽아봤다. 어린이 날이나 크리스마스를 타깃으로 한 영화들은 그렇게 많은데 어버이날을 위한 영화는 없는 현실이 마음 아프게 느껴질 정도. 오랫동안 극장과 떨어져 지내신 부모님을 위해 이번 주말은 영화관 나들이 어떨까.

 

▲ 친정엄마(드라마/ 108분/ 전체관람가)

 

세상 모든 엄마들이 아들 선호사상을 펼칠 때, 딸 예찬론을 펼친 엄마. 의도는 좋았으나 아무 때나 전화하고 찾아오는 엄마가 딸은 답답하게 느껴진다. 딸까지 있는 5년차 주부가 된 딸이 아직도 아이처럼만 보이는 엄마와 엄마의 태도가 싫은 딸은 여전히 티격대격이다.

 

어린 시절부터 똑 부러지는 성격을 가졌던 지숙(박진희)은 유능한 방송작가가 되고 결혼을 해 아이엄마가 됐고, 엄마(김해숙)은 여전히 품 안의 자식을 보듯 불안해한다. 이렇게 우리네 곁에 있을법한 이 평범한 모녀지만 어느 날 그들에게 변화가 찾아온다.

 

영화는 고향 가는 기차를 타기위해 서울역을 찾은 지숙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기차에 몸을 실은 그녀가 내레이션을 시작하면 영화는 곧 그녀의 어린 시절 회상으로 이어지고 그녀가 좋은 상황에서 고향에 가는 것이 아니며 고향마을이 부유하거나 번화한 곳이 아님을 눈치 채게 된다. 제법 괜찮은 유년시절을 보낸 지숙이지만 사춘기를 지나면서 그녀의 고민은 깊어진다. 초라한 엄마와 술에 절어 살면서 엄마를 학대하는 아빠가 싫지만 빨리 고향을 벗어나겠다는 마음으로 사춘기를 버틴 것. 고등학교 졸업과 함께 서울로 떠난 지숙. 그리고 영화는 회상을 끝내고 현실로 돌아온다. 이때부터 시작되는 모녀의 사정은 이렇다. 영화 초반부터 딸려있던 지숙에게 '안 좋은 일'은 바로 그녀에게 죽음의 그림자가 찾아온 것이고 지숙은 자신의 죽음을 알리지 않은 채 엄마와 2박 3일을 보낸다. 그리고 그 여정을 끝낸 후 엄마는 딸의 상태를 알게 된다. '친정엄마'는 '울고 짜는' 판에 박힌 내용을 추려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한 노력의 대가로 오래된 신파극의 느낌은 나지 않지만 슬픈 건 슬픈 것. 특히 엄마가 딸의 죽음을 알지 못하고 딸이 좋아하는 반찬으로 밥상을 차려주는 장면은 그저 '슬프다'라고 표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미 영화를 본 관객들이 가장 슬픈 장면으로 꼽는 부분은 사진관에서 두 사람이 사진을 찍는 신. 일상의 어떤 일을 다시는 같이 할 수 없다는 애잔함과 함께, 영정을 연상시키는 행동은 눈물 한 바가지 정도는 각오해야 한다.

 

물론 한 모녀의 이야기에 죽음, 특히 병에 걸려 죽게 된다는 설정은 딱히 새롭다는 느낌은 없고 오히려 뻔한 이야기에 가깝니다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아기자기하고 재미와 감동이 함께 있어 부족함이 없다. 더욱이 멋을 낸 느낌이 없어 관객이 '내 이야기 같다'라고 느낄 수 있는 솔직한 영화.

 

정작 엄마는 아들을 더 사랑할지 모르지만 당신과 꼭 닮은 딸이 당신보다는 잘 살기 바란다. 비단 결혼한 딸만이 아니다. 아직 사춘기에 있는 중고등학생도, 대학이나 직장을 위해 엄마 곁을 떠나있는 사람도, 결혼을 앞두거나 아이를 이미 가진 엄마가 된 사람도 결국 처음은 누군가의 딸이다. 모든 딸들과 딸을 둔 엄마, 모든 사람들에게 공감이 될 영화다.

 

이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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