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저운(소설가)
선거를 앞두고 주변이 온통 야단이다. 긍정적으로 보면, 의지에 넘치고 활기찬 모습들이 뭔가 에너지를 몰고 다니는 듯해 들썩이기도 한다. 출근길부터 형광색 옷을 입고 흰 장갑을 낀 선거 유세단원들이 줄줄이 서서 손을 흔들고 춤을 춘다. 운전대를 잡고 도도하게 지나쳐도 환한 얼굴로 허리 굽혀 연신 절을 해대니 어찌 어깨가 으쓱해지지 않겠는가. 혹여 손을 흔들어주고 손가락으로 V자라도 해 보이면, 그들은 감격할 것이다. 아침 저녁 이런 대접을 받으며 지낼 날도 며칠 남지 않았다. 그래, 고개 좀 숙여 보시라, 하고 지나치면서 평범한 사람으로서 모처럼 극진한 대접을 받는 것 같아 콧노래까지 나올 지경이다.
한편, 짜증스럽기도 하다. 비슷비슷한 구호들을 남발하면서 마치 사투를 벌이듯 마주서서 춤을 추고 소리를 질러대야만 하는 것일까? 하늘을 가린 플래카드를 보아도 답답하다. 외국의 선거문화도 저럴까, 자못 궁금해지기도 한다.
여하튼 지역의 일꾼을 뽑는 소중한 선거이고 보니 참을 수밖에. 그러면서도 제대로 된 인물이 뽑히기를, 진정한 일꾼이 선택되기를, 우리 유권자들이 옥석을 잘 가려 훗날 후회하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학생 시절 친구들은 미래의 꿈을 말하라 하면, 대부분 '현모양처'였다. 현모양처가 되는 것이 여성으로서 가장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여자대학을 가는 것이 부모를 안심시키는 일이었으며 그 중에서도 가정교육과를 택하는 것이 결혼하는 데 좋은 조건이 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판이하게 달라진 시대이다. 지금 아이들은 현모양처 운운하면 코웃음을 쳐 버린다. 가정에 머무는 여자로 그치기보다는, 능력 있는 사람이 되기를 꿈꾸고, 사회 구성원 속에서 무언가 자신의 역할을 해내고 싶어 한다. 그런 여성들이 대접 받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동안 머물다 지금은 사라진 듯하지만, '알파걸'이니, '골드 미스'란 단어가 유행했었다. 여자도 남자처럼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며 엘리트로 인정받는 데 박수를 보내게 된 것이다.
전문 분야에서도 여성들이 탁월한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남성 전유물로만 여겼던 행정·사법 분야 진출도 그렇다. 2007년 일반행정고시에서 여성 합격률을 보면 전국 67%, 교육행정 75%, 국제통상 73.7%를 차지해 여초(女超) 현상이란 말이 떠돌기도 했다. 그 후 더러 감소했지만, 2010년 올해에도 일반행정고시에서 32.7%가 여성 합격자였다. 대기업에서는 필기시험만으로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여성으로 과반수를 넘길 수 없어 면접을 통해 성별 균형을 맞추기도 한다고 들었다. 이렇게 탁월한 여성 인재들이 증가하고 있지만, 실제로 현재 정치·경제 분야에서 여성의 참여 정도는 취약하기만 하다. 유엔개발(UNDP)에서 발표한 여성 권한 척도를 보면 우리나라는 68위이며,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156개국 가운데서 82위, 여성 장관 및 각료 비율은 132위라고 한다.
2008년 행정안전통계연보를 보면 중앙행정기관 여성 공무원 비율은 29%인데 3급 이상 여성 관리자는 0.9%에 그친다. 중앙부처에는 100명당 1명 꼴이고, 지방자치단체에는 전혀 없다고 한다.
또한, 여성의 사회 진출을 바라보는 시각은 아직도 이중적이다. 직장이 있는 여성을 신부감으로 찾으면서도 그 능력을 제대로 인정하지도 않고 지켜주려고도 않으니 말이다. 그런가 하면 차별적이기도 하다. 얼마 전 여성들이 직업을 가지기보다 현모양처가 되길 바란다고 발언하여 구설수에 올랐던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딸이 이번 선거 때 서울시 의원으로 출마한 사실에서도 볼 수 있듯이.
실력 있는 여성들이 많은데도 그들의 능력이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는 원인 중에 여성은 사회성이 부족한 탓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러나 그 사회성을 보는 기준이나 가치관에 혹여 남성 중심의 문화와 통념이 똬리를 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할 것 같다.
어쨌든 간에, 이번 선거에서는 여성 일꾼들이 많이 선택되었으면 한다. 물론 이곳 전라북도에는 여성 후보들이 그다지 눈에 뜨지 않는 듯해 안타깝다. 여성후보자들이 많아야 필자의 이런 글이 오해를 받지 않을 터인데…. 자못 염려스럽다.
/ 김저운(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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