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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의 진화] "약탈적인 개인정보 유출 심화…사적·공적영역 구분해야"

젊은 기자들, 입 열다 '톡 Talk'-미디어와 사생활

미디어와 사생활을 주제로 한 본보 젊은 기자들의 방담에서 기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김준희·임상훈·윤나네·도휘정·이강모·이화정·이세명·신동석 기자. 추성수(chss78@jjan.kr)

NSI. 미국 CSI(Crime Scene Investigation)에 빗댄 일명 '네티즌 수사대'를 이르는 말이다. 기존 언론 매체와 인터넷 매체 등에서는 특정인에 대한 불미스러운 일을 보도할 때 실명 대신 이니셜이나 A씨 또는 B씨 등으로 표기하는 게 관행이다. 설령 그 일이 사실이더라도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등을 염려해서다.

 

하지만 네티즌 수사대는 이를 비웃듯 보도 이후 단 몇 시간만에 신속하게 특정인을 유추한다. 소셜미디어의 확산으로 네티즌 수사대의 수사 환경은 더욱 풍성해졌다.

 

또한 소통의 도구라는 순기능에도 사생활 노출이 필수적인 소셜미디어의 확산은 사적인 영역과 공적인 영역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들고 있다. 유명인이 소셜미디어에 밝힌 의견이 기사화되고 특정인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지만 사후 책임에는 침묵한다.

 

이번주 '기자들, 입 열다 톡 Talk'에서는 온라인 활성화와 미디어의 진화에 따른 사생활 문제를 짚어봤다.

 

◆ 네티즌 수사대의 위력, 세계 최고

 

▲ 도휘정= 최근 온라인상에서는 해외봉사 연예인 논란이 일었다. 구호단체와 함께 해외봉사를 떠났던 연예인 A 씨가 봉사에는 걸맞지 않는 행동했다고 소개하며, 전시성 해외봉사를 문제 삼았다. 이에 대해 네티즌은 '손빠르게' 기사의 A씨로 연예인 이모씨를 지목했다. 놀라운 수사 능력이다.

 

▲ 신동석= 온라인상에서 개인정보는 무한대로 퍼져 있다. 네티즌 수사대는 개인에 대한 조각 정보를 조립해서 결과물을 내 놓는다. 때로는 공포를 느끼게 한다. 이니셜만 나오면 그날 바로 특정인을 지목한다. 예전 한 여자 연예인이 '투명 유리창에서 볼일을 보는 거 같다'고 한 말이 실감난다. 소셜미디어는 더 큰 문제다. 예를 들어 트위터에 오타가 나서 '김준희 기가자 칼에 찔렀다'라는 내용이 퍼지면 네티즌 수사대는 1시간도 안돼서 그 칼의 종류며, 길이·가격까지 제시한다.

 

▲ 윤나네= 사람들은 점점 가공되지 않은 정보를 갈구한다. 직접적이고 날것 그대로의 정보를 원한다.

 

▲ 이세명= 네티즌 수사대의 성향을 이용해 좀도둑을 찾아달라는 문의도 있다. 사실이든 아니든 지목된 사람은 명예훼손이다. 그렇다고 다수의 네티즌을 고소·고발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각각의 정도를 측정하기에는 무리다. 최근 가수 타블로는 자신의 학력 의혹을 제기한 네티즌 12만명 중 22명을 검찰에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네티즌의 무책임한 의혹 제기에 일침을 가한 사례이다.

 

▲ 이화정= 실체도 없이 '카더라'하는 소문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소수가 제기한 의혹을 대다수가 믿어버린다. 특히 10대에게는 루머가 진실이 돼 특정인을 사회적으로 매장시킨다. 그래서 일부 서비스나 매체에 한해서는 연령 제한의 필요성도 느낀다. 네덜란드에서는 '웹2.0 자살기계'가 발명돼 사생활 보호를 위해 자신이 쓴 인터넷 서비스의 게시물을 지원해 주는 서비스도 있다. 구글의 알리미서비스도 개인정보가 노출될 때마다 알려주는 서비스다. 갈수록 사생활 보호에 민감해지고 있다. 프랑스에서도 개인정보의 유통기한을 설정하는 '잊힐 권리'의 입법화 논의가 있다.

 

▲ 윤나네= 국내도 인터넷 권리장전이 있다. 개인정보 침해를 법제화하는데 경계와 기준이 관건이다. 친고죄로 합의점 찾기가 어렵다..

 

▲ 김준희= 사실 그동안 연예인·정치인이 매체를 통해 구축한 이미지가 허상이었다는 걸 네티즌 수사대가 밝히기도 했다. 소셜미디어 등 매체가 다양해지면서 실체적 진실에 근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소위 공인은 자기 치적을 내세울 때는 각종 매체를 마케팅 수단으로 십분 활용하지만 불리할 때는 갑자기 이야기를 안하거나 태도를 바꾼다.

 

▲ 신동석= 최근에는 노이즈 마케팅으로 활용한다. 케이블 방송인 '슈퍼스타 케이'가 참가자들의 실력을 공정하게 심사하는 게 아닌 대본대로 하는 프로그램이라는 기사가 나왔지만 오히려 시청률은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 김준희= 다행스러운 점은 한 쪽에서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를 던지면 일각에서는 나름대로 진실을 가리기 위해 갑론을박을 벌인다.

 

▲ 이화정= 다음의 아고라가 모든 사람들이 거리로 몰려나와서 단체 채팅하는 곳이었다면, 트위터나 페이스북은 각개약진하면서 정보를 종합하는 작업이 이뤄지고 공간이다. 또한 워낙 네티즌이 발빠르게 움직이니까 기자가 정보를 몰래 흘려주면 네티즌이 알아서 조사를 해주고 난 뒤 기자가 기사화하기도 한다.

 

▲ 임상훈= 보도 준칙으로 공정한가, 객관적인가, 지역의 이익에 부합하는가를 삼고 있다. 하지만 네티즌 수사대에게 있어 이런 원칙은 없는 것 같다. 흥미여부가 가장 큰 관점이고 그 사이에 피해를 입을 사람에 대한 예의는 없어 보인다. 또 냄비근성을 부추기는 측면도 있다. 공분하게 만들고, 이내 잊어버리는 풍토다. 문제는 그 흥미로 만든 공분은 사라진다 해도 이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의 아픔은 평생 간다는 점이다.

 

◆ 사적영역·공적영역 모호한 소셜미디어

 

▲ 윤나네= 페이스북을 시작할 때는 해외에 있는 친구들과 연락하기 위해서였다. 유행처럼 번지면서 취재원과 공무원 등 공적영역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묶이면서 갈수록 직장 내 에피소드나 사적인 발언을 삼간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업데이트가 되면서 눈팅하는 사람에게 사생활이 공개된다. 결국 정말 중요한 이야기는 메일이나 다른 서비스를 이용한다.

 

▲ 이세명= 트위터도 마찬가지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대표는 자기 회사 내부 프로젝트에 대해서 글을 남겨 기밀일 수도 있는 사항이 알려지기도 한다. 트위터가 인기를 끌면서 최근에는 유명인의 트위터와 미니홈피 등을 인용하는 기사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트위터는 단문의 개인 의견인데 이를 기사에 인용하면 해당 글이 그 사람의 입장을 모두 대변하는 것처럼 보여진다. 기자가 보도의 재료로 삼는 영역의 구분이 필요하다.

 

▲ 임상훈= 소셜미디어는 카타르시스의 공간이다. 그런데 이 공간이 누군가에게 공개되는 것은 무척이나 슬픈 일이다. 때로는 모르는 게 서로에게 약이 될 수 있다. 사적인 영역과 공적인 영역이 있고, 서로의 특성에 따라 반드시 개별적으로 존재해야 한다. 이를테면 술자리에서 부장 흉을 보는 것은 낮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카타르시스로 승화시키는 행위다. 이 영역은 내일 또다시 부장에게 깨지더라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주는 공간이다. 하지만 만약 모든 술자리에 부장이 동석해 흉을 볼 수 없다거나 심지어 흉을 본 내용을 부장이 몰래 엿듣는다고 생각해보자. 끔찍하다.

 

▲ 김준희= 페이스북·트위터 등의 시작은 인맥 쌓기라는 취지가 있었겠지만 개인 정보가 유출돼 점점 약탈적이 된다. 오히려 알맹이가 빠진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고 진정성이 떨어진다. 아직은 과도기다. 방송과 통신의 구분이 어렵다. 전화는 사적인 통신이기 때문에 비속어를 해도 제한이 없다. 인터넷상의 새로운 매체를 통신으로 볼 것이냐, 아니면 공적인 매체로 볼 것이냐의 문제인데 이제는 공식적·비공식적 구분이 모호해졌다. 정보 가치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 소셜미디어 등 온라인 보도, 신뢰성 담보 못 해

 

▲ 이화정= 온라인상에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많다. 기자가 트위터를 인용해서 기사를 작성할 때 사실 확인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부적절한 행위다. 기자가 트위터상의 정보에 대해 사실 확인 과정을 거치는 사이에 루머가 확산되고, 급기야 진실인 듯 돼 버린다. 속도의 차이가 이미 벌어져 기자가 인지하고 파헤치기 시작하면 이미 늦다.

 

▲ 신동석= 온라인의 장점도 있다. 곤파스 등 태풍이 강타할 때 많은 사람들이 트위터로 각 지역의 정보를 실시간 올려준 덕분에 대중교통 혼잡이 적었다.

 

▲ 김준희= 포스트 모더니즘의 특징 중 하나는 선차성의 붕괴다. 주체의 존재 순서가 무의미하다. 유명환 전 장관 딸의 특채 문제도 실은 미미했지만 다매채 다채널 시대에서 많은 네티즌이 성토했기에 현재와 같은 결과를 초래했다. 매체마다 특징이 있다. 신문이 통신을 따라잡을 수 없다. 온라인상에 화두를 선별해서 보도해야 한다. 주류 언론은 광우병·부동산 대책 등 같은 사안을 두고 정권에 따라 다르게 보도한다. 기존 매체가 이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제는 독자가 신문의 성향을 알아 권위가 떨어졌다.

 

▲ 도휘정= 그렇다면 신문의 보도 태도는 어떠해야 할까? 확인되지 않은 온라인 상의 화두를 그대로 받아 쓸 수는 없지만 논란이 되는 사안에 대해 보도하지 않는 것도 언론으로서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이세명= 기존 매체와 새로운 매체의 여론 형성, 의제설정 방식, 속도는 분명 다르다. 신문은 깊이 있고 분석적인 정보 전달이라는 특징을 지닌다. 여기 에 소셜미디어와 같은 새로운 방식을 수용 가능한 범위에서 받아들여야 한다.

 

▲ 이화정= 젊은층은 언론의 의제설정 기능에 무감각한 측면이 있다. 갈수록 절대적인 기준이 없어지고 사례마다 판단 기준이 다르다. 접점 찾기가 혼란스럽다.

 

▲ 김준희= 각 언론사마다 선별·여과과정이 있다. 시대변화를 맞을 때마다 기준을 한두개씩 추가하면 된다. 의제설정과 게이트 키핑 등의 수위조절과 정도는 신문사 내에서 토론 등을 통해 다듬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세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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