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LG 트윈스가 새로 도입한 연봉제를 둘러싼 분란으로 시즌 준비부터 삐걱대고 있다.
특히 그간 고액 연봉을 받아온 고참 선수들을 중심으로 올해 연봉 협상에 대한 불만이 새어나오면서 새해를 맞은 팀 분위기가 밝지는 않다.
작년에 연봉 5억원을 받았던 투수 박명환(34)은 연봉이 4억5천만원이나 깎였다. 작년 연봉의 10분의 1인 5천만 원에 재계약했다.
지난해 10승9패를 올려 에이스 역할을 해낸 봉중근(31)은 고작 2천만원이 올랐을 뿐이다. 3억6천만원을 받던 봉중근의 올해 연봉은 3억8천만원이다.
심지어 포수 최초 시즌 100타점을 돌파하는 등 최고의 활약을 펼쳤던 조인성(36)은 구단과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5일 사이판 전지훈련을 떠나지 못했다. 조인성은 지난해 연봉 4억원에서 올려줄 것을 요구했으나, LG는 옵션을 제외한 연봉은 동결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헌호(34)와 심수창(30) 등 중견급 투수들은 공항으로 떠나기 직전 반토막 난 금액에 도장을 찍고 가까스로 버스에 탔다.
이런 계산법이 나온 것은 LG 구단이 올 시즌부터 적용한 새로운 제도 때문이다.
연봉에 걸맞은 활약을 했는지, 팀 승리에 얼마나 이바지했는지를 중점적으로 평가하자는 것이 새로운 제도의 기본 취지다.
200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이후 한 번도 포스트시즌에 나서지 못한 '굴욕의 역사'를 끝내고자 LG 구단은 칼을 빼들었다.
매년 100만명 내외의 팬을 야구장으로 끌어모으는 '스타 구단'으로 후한 연봉을 받으면서도 근성과 투지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듣는 선수들에게 경각심을 줘 성적으로 연결하기 위한 조치다.
종전 연봉제에서는 적은 돈을 받던 선수는 아무리 좋은 성적을 내도 인상폭이 제한되어 있어 큰 돈을 만질 기회가 없었고 고액 연봉 선수는 아무리 성적이 나빠도 대폭 삭감이 어려웠다. 그러나 LG의 새로운 연봉제 하에서는 '신데렐라'가 탄생할 수도, 순식간에 '쪽박'을 차는 경우도 생긴다.
물론 혜택을 본 선수도 있다. 지난해 입단해 기본 연봉 2천4백만 원을 받았던 내야수 오지환(21)과 '만년 유망주' 꼬리표를 뗐다는 평가를 받은 이병규(24번.28)는 1억 원 내외의 연봉을 제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모든 것이 예전의 명성을 되찾으려는 '고육지책'이라고는 하지만 연봉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면서 희망으로 가득해야 할 팀 분위기는 정초부터 가라앉았다.
박종훈 LG 감독은 "이 제도가 성적으로 연결된다면 기대하는 부분이 있다"면서도 "마무리캠프에서 좋은 분위기를 이끌어 왔는데 선수들로 하여금 '한 만큼 못 받는다'는 생각을 들게 해 영향을 끼친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신 제도의 '직격탄'을 맞으며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박명환은 "명예회복을 하는 것이 최선"이라며 씁쓸한 마음을 대신 전했다.
5일 출국 전 어렵사리 계약을 마친 봉중근도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팀 승리와 순위에 대해 더없이 책임을 많이 느낀다"고 말했다.
조인성을 제외한 투수와 포수는 어렵사리 계약을 마치고 전지훈련에 들어갔으나, 16일 오키나와로 떠나는 야수 중에서도 미계약자가 남아있어 LG의 '연봉 후폭풍'은 당분간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새해에는 영광을 누리자'고 야심차게 출발했지만 LG의 2011년 시작이 순탄하지 않은 것만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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