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볼만한 영화] 조선명탐정 vs 평양성

알고 싶은 것이 무엇이요?

극장 시간표만 봐도 '이제 구정이 코앞이구나' 싶다. 연휴를 타깃으로 영화들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 기다려오던 시리즈물이나 대작은 눈에 띄지 않지만 다들 그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다. 이번 주는 준비 운동 삼아 재미있는 한국 영화 두 편 어떨까. 미스터리와 코미디를 결합한 '조선명탐정'과 이번에 망하면 영화를 관두겠다고 선언한 이준익 감독의 '평양성'이다.

 

▲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코미디,미스터리/ 115분/ 12세 관람가)

 

소설책 '명탐정 홈즈'와 만화책 '명탐정 코난'을 가장 사랑하는 추리물 팬으로서 '조선명탐정'은 참 즐거운 영화다. 사실 사극과 추리극을 더한 미스터리 사극이 흔한 장르가 돼 버렸지만 '조선명탐정'을 조금 새로운 매력이 있는 것. 바로 탐정(探正)이라는 벼슬이다. 조선시대 정5품에 해당하는 직책이라는 설정으로 진짜 탐정(?)을 만들어 냈다. 역사의 격동기 조선 정조시대. 정조는 공납비리의 음모를 파악하고 탐정(김명민)에게 배후를 파악하라는 지시를 내린다. 하지만 비리를 저지른 관료들은 연쇄살인을 당하고 탐정의 수사는 난관에 부딪힌다. 탐정은 우연히 만난 개장수 서필(오달수)과 함께 열녀 감찰 업무로 위장해 사건을 조사하고, 단서인 각시투구꽃을 찾아 적성으로 향한다. 그리고 이곳에서 사건과 관계된 여인인 한객주(한지민)의 비밀을 알게 되는데.

 

퓨전사극인 '조선명탐정'은 김탁환의 역사 추리소설 「열녀문의 비밀」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많이 각색이 되긴 했지만 추리물의 매력을 한껏 느끼고 싶다면 책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보길 권하고 싶다. 그러나 아쉽게도 원작의 복잡함을 정리하지 못해 잠시 딴 생각을 한다면 영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래서 영화의 재미 포인트는 스토리보다도 두 주연 배우의 연기에 있다고 봐야할 것. 아직도 배우 김명민을 보면 예전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가 생각난다. 이렇듯 독특한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김명민이 조선시대 탐정이라는 새로운 직업(?)을 '한 땀 한 땀' 잘 만들어 냈다. 또 오달수는 어떠한가. 굳이 기억하지 않으려 해도 뇌리에 각인되는 명품 조연 연기의 최고봉이다. 멋진 요리 위에 알맞은 소스 역할을 해 오던 그가 '조선명탐정'에서도 그 역을 톡톡히 해낸 것이다. 아직까지 많은 이들에게 기억되고 읽히는 탐정 홈즈와 그의 절친이자 도우미인 왓슨 박사처럼 김명민과 오달수 콤비의 탐정 이야기가 시리즈물이 된다면 어떨까. 유쾌하게 즐길 수 있는 한국판 추리 영화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 평양성(코미디, 전쟁/ 12세 관람가)

 

황산벌 전투로 백제를 손에 넣은 신라가 이번에는 고구려를 무너뜨리려 한다. 삼국을 한꺼번에 갖기 위해 양보할 수 없는 그 곳, 평양성이 이번 무대다. 삼국통일의 야망을 품은 신라의 김유신(정진영)은 고구려의 평양성을 호시탐탐 노린다. 급기야 당나라와 연합하여 고구려 평양성으로 진격하는데. 하지만 눈치 빠른 김유신은 고구려와 함께 신라까지 차지하려는 당나라의 흑심을 눈치채 고 고구려와 비밀리에 연합작전을 도모한다. 그런데 당나라로 망명한 고구려 정통 후계자 남생(윤제문) 때문에 일은 점점 꼬여만 가고 정치적 협상을 주장하는 형 남생과는 달리 동생 남건(류승룡)은 평양성을 사수를 다짐한다. 한편 황산벌 전투에서 살아남은 거시기(이문식)가 이번에는 신라군으로 징병된다. 그런데 살아남는 것이 목표인 이 남자, 문제가 생겼다. 고구려군인 갑순(선우선)을 만나 살아남기뿐 아니라 사랑을 동시에 이뤄야 하기 때문. 이들의 전쟁은 어떻게 끝이 날까?

 

사실 국산 전쟁 영화, 특히 이런 코미디 전쟁물에 그리 낙관적인 시선은 아니다. '한번은 재미있을 수 있지만 두 번은 어렵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 그런데 막상 영화를 보고 나니 '평양성'은 '황산벌'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영화였다. '황산벌'을 발판 삼아 전라도 경상도 사투리를 기본으로 북한을 아우르는 각지의 사투리가 등장하고 '황산벌'에서 살아남은 거시기가 이야기를 이끄는 부분들이 그렇다. 큰 감동이 있다든지 전투신이 할리우드 영화 뺨친다든지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부족함을 유머와 위트로 잘 메워냈다. 가족들과 함께 보기에 손색없는 영화지만 심각하고 오묘한(?)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욕하기 딱 좋은 장르라 생각된다. 역사를 왜곡 했다든지 하는 비판은 잠시 접어뒀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역사적으로 맞았는지 틀렸는지가 아니라 재미있는지 없는 지로만 평가하길. 평양성 이후의 매소성 전투까지 만드는 것이 이준익 감독의 포부라 한다. 부디 '평양성'의 선전으로 이 역사 코미디물의 완결을 봤으면 좋겠다.

 

이지연
다른기사보기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오피니언[사설] 전북정치력 이성윤 최고위원 당선에 달렸다

오피니언[사설] 공공기관 2차이전, 농협중앙회 등 집중해야

오피니언마천루 위에 앉은 AI설계자들

오피니언시간을 건너온 목소리, 지역문화에서 원로예술인의 자리

오피니언청와대는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