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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점치기 - 백성일

"결혼할 운명이 아니데 결혼해 큰일 났다. 남편 전처의 영혼을 달래주는 천도재를 지내지 않으면 남편과 자식들에게 화가 미칠 것이다." 2007년 12월께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점집을 찾은 최모씨(53·여)는 하늘이 무너지는 소리를 들었다. 이미 남편이 다치고 부모가 고령으로 쓰러져 걱정이 컸던 최씨는 자신이 늦은 나이에 결혼한 사실을 단번에 알아차린 점쟁이 이모씨(51·여)에게 '혹'할 수밖에 없었다. 이씨에게 홀린 최씨는 전 재산 5억원을 천도재 비용으로 갖다 바쳤고 급기야 자신이 경리과장으로 있는 병원의 공금에도 손을 대 3년 동안 172억원을 기도비로 제공했다.

 

최씨처럼 점쟁이에게 홀린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처럼 나약한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용케도 점쟁이들은 과거사는 잘 맞춘다. 어느 정도 찾는 사람의 심정을 헤아릴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사업이 안되거나 애정문제에 금가 있거나 직장에서 퇴출위기에 처한 사람들이 찾기 때문이다. 보통 얼굴색을 보면 그 사람의 운세를 점칠 수 있다. 하루에도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을 수없이 접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잘 맞추게 된다. 특히 몇마디만 던져보면 점치러 온 사람이 거의 자신의 신상을 말하기 때문에 눈치로 알아 차린다.

 

잘 맞춘다는 점집에는 바람잡이가 있어 점쟁이에게 사전에 신상정보를 알려 주는 경우도 있다. 점치는 것도 중독기능이 강해 한번 빠지면 맹신에 이를 수 있다. 매사를 점쟁이 한테 물어서 결정하는 사람이 있다. 점집은 배우고 안배우고 학식 유무에 관계없이 찾는다. 종교를 가진 사람도 수시로 들락거린다. 그 만큼 나약한 존재며 불확실성 속에서 산다는 증거다. 점쟁이가 최씨한테처럼 천도재를 지내라면 꼼짝없이 큰 비용을 들여 천도재를 지낸다. 일이 안풀리면 굿도 하라고 시킨다. 듣고서는 께름칙해서 하고 만다.

 

사람은 강하면 엄청나게 강해질 수 있지만 약해지면 한없이 약해지기도 한다. 보통 재미삼아 흥미로 한해 운세를 믿거나 말거나 점쳐 볼 수 있지만 그것을 곧이 곧대로 믿으면 안된다. 사주팔자 보는 법을 과학이란 이름으로 포장도 하지만 운명은 자신이 개척하는 법이다. 하늘이 주는 복도 겸손하고 절제심을 갖고서 착한 일 많이 하면 받게 돼 있다.

 

/ 백성일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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