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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만한 영화] 아이들

개구리 소년 실종사건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사실 이번 주 볼만한 영화는 영화를 보기도 전에 '만추'로 정해 놓고 있었다.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열혈 팬을 자처하며 본방 사수를 외친 한 사람으로서 현빈의 영화 나들이를 어찌 그냥 지나치겠는가. 거기에 '색, 계'를 통해 남녀노소 모두 홀린 탕웨이가 호흡을 맞췄으니 기대를 안 하는 관객이 이상할 정도다. 그런데 막상 그들이 만든 영화 '만추'를 보니 손발이 오그라들 지경이다. 아니, 막상 그렇게 나쁘지는 않은데 기대를 너무한 탓에 실망감이 녹을 새도 없이 쏟아져 내린다. '시크릿 가든'의 현빈이나 '색, 계'의 탕웨이를 지울 자신이 있는 사람만이 즐길 수 있는 '만추'. 부디 누군가는 꼭 그 참맛을 느끼길 바라며 '만추'자리를 대신할 '아이들…'을 소개한다.

 

1991년 3월 26일, 대한민국 미제사건으로 남은 '개구리소년 실종사건'이 벌어졌다. 기초의원선거로 임시 공휴일이었던 아침 8시 도롱뇽을 잡겠다며 집을 나간 다섯 명의 초등학생은 21년이 지난 지금도 돌아오지 않고 있다. 실제 이 사건의 어린이들은 11년이 지난 2002년 9월 대구시 달서구 신축 공사장에서 유골로 발견되었으며 범인은 잡지 못한 상태. 2006년 3월 25일자로 공소시효마저 끝났다. 이렇게 잊히던 개구리 소년들은 이야기가 영화 '아이들…'을 통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영화는 이 사건을 파헤쳐 특종을 잡으려는 다큐멘터리 PD 강지승(박용우), 자신의 이론을 믿고 범인을 주장하는 교수 황우혁(류승룡), 그리고 아이들을 포기하지 않고 조심스레 범인의 실체에 다가가는 형사 박경식(성동일)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각각의 방식으로 사건에 다가가던 이들은 아이를 잃은 부모를 범인으로 지목하기에 이르는데.

 

많은 영화들이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 진다. 어떤 영화는 연쇄살인범의 이야기를 빌리기도 하고 또 어떤 영화는 훈훈한 감동 소재를 차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영화 '아이들…'은 참 불편하고 발칙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살아 돌아오지 못한 다섯 어린이의 부모들이 아직도 아이들을 그리워하며 살고 있는 현실에서 부모를 범인으로 지목한다는 설정이 말이다. 비록 끝에 이르러 결론이 바뀔 지언정 유쾌하지 않은 발상임은 분명하다. 또한 영화를 오락의 일부분이라 생각하는 한 사람으로서 다섯 어린이의 죽음이 이렇게 표현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이 들기도 한다. 1991년도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앞서 얘기한 것처럼 다소 불편한 감정을 느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실제 경험한 것에 대한 묘한 짜릿함이 드는 것도 사실. 동시대를 지냈기 때문에 더 가깝게 다가오는 탓일 것이다. 소재 말고도 주목해야 할 것은 21년이 흘러서도 아직까지 문제점이 보이는 경찰의 수사 시스템이다.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던 1991년의 우리네 모습은 흡사 고발프로그램의 그것처럼 안타깝기 그지없다.

 

아직도 인터넷에는 개구리 소년들에 대한 이야기가 돌아다닌다. 어떤 것이 사실이고 거짓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추측과 결론이 난무한다. 과연 다섯 아이들은 어떻게 된 것일까? 우리는 지금이라도 그 답을 찾을 수 있을까? 답답함이 가슴 한켠에 남으며 울컥 눈물을 쏟게 되는 발칙한 영화, '아이들…'이다.

 

이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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