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주공과 토공을) 수십년 만에 어렵게 통합했는데 본사를 쪼개서 옮기는 것은 말이 안된다. 어디로 가든 한 곳으로 가야 한다." 이지송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의 이 발언 파장이 만만치 않다. 분산배치에 목 매달고 있는 전북한테는 망언으로 비쳐졌다.
LH는 적자액 125조원, 하루 이자만 100억원씩 불어나고 있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하고 있고 사업과 조직의 효율성 향상이 제일 목표다. 올해 일흔 한살인 이지송 사장은 충남 보령 출신으로 건설 관련 업무에서 잔뼈가 굵었다. 건설부와 수자원공사에서 근무했고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도 지냈다. 토공과 주공이 2009년 10월 1일자로 통합되면서 적자투성이 LH를 이끌고 있다.
그의 발언 때문에 지역이 벌 집 쑤신 듯 왕왕거렸다. 전북 인사들의 항의와 규탄을 들었지만 그의 발언은 오히려 분산배치 논리의 취약성을 다시한번 확인해 준 계기가 됐다. 이 '사태'가 일자 한 법조인은 분산배치가 과연 설득력이 있겠느냐고 했다.
국토해양부는 당초 분산배치를 거론했고 전북은 이 방안을 따랐다. 하지만 경남은 일괄이전을 요구했다. 경남은 경남 진주에 들어설 주공이 토공보다 규모가 크고 낙후의 정도가 심하다는 이유를 들어 이런 결정을 내렸다.
궁금한 건 당시 전북은 어떤 논의를 거쳐 분산배치를 전북의 안으로 결정했는 지의 문제다. 논의를 했는 지 안했는 지, 논의를 거쳤다면 어떠한 주장들이 나왔고 무슨 근거에서 분산배치 방안을 전북의 입장으로 선택했는 지, 아울러 김완주 지사는 어떤 입장을 피력했는 지 여간 궁금한 게 아니다.
실은 낙후의 정도를 따진다면 전북이 경남보다 더 하다. LH라는 조직의 효율성을 생각했다면 분산 방안은 더더욱 맞지 않다. 그렇다면 전북에 일괄이전시키는 안을 채택했어야 했다. 국토부가 분산배치 운운하니까 따른 것이라고 하기엔 너무 군색하다. 정부에 순치된 논리는 논리가 아니다.
이제 막 통합시킨 조직을 다시 쪼개라고 하는 게 얼마나 비논리적이며 당위성이 약한 것인지 참으로 딱하다. 지난달 대통령까지 나서서 "으샤으샤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고 엄포를 놓은 마당에 순치된 전북이 과연 '분산배치 요구 대규모 시위'를 서울에서 강행할 수 있을지 이 역시 궁금하다.
/ 이경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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