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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여당다운 행동' - 이경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이전 '게임'에서 경남은 바둑으로 치면 끝내기 수순을 밟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계가(計家)한 뒤 승리를 확신한 듯한 회심의 미소랄까, 자신감 등을 엿볼 수 있어 묘한 기분이 든다.

 

어제 깃발 들고 소리소리 지르며 분산배치를 요구했던 전북의 서울집회를 하루 앞둔 17일, 경남 진주에서는 지역 정치인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오찬 회동을 했다. 한나라당 최구식(진주 갑)·김재경(진주 을) 국회의원, 이창희 진주시장과 진주혁신도시추진위원회 배우근 위원장, 시의원 등 진주시 각계 인사 30여 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LH 이전 업무를 다룰 국토해양위의 한나라당 간사인 최구식 의원은 LH 이전 문제는 이미 결판 난 것처럼 얘기했다. 그는 "유리한 입장답게, 여당답게 행동하면 된다. LH가 진주로 오는 건 기정사실이다. 하지만, 결정의 순간이 다가오는 만큼 그것에 맞게 우리도 행동을 해야 한다."고 했다.

 

마치 뭔가 믿는 구석이 있거나, 언질을 받은 것처럼 얘기했으니 예사롭지 않다. 하지만 이전 절차나 기준도 마련되지 않은 마당에 그런 발언을 한 것은 '망언'이나 마찬가지다. 정부는 지금까지 확정된 입장을 발표한 적이 없다.

 

하지만 제3자의 입을 빌려 경남 주장의 일괄이전 설을 계속 흘려왔다. 최규성 의원이 전한 작년 11월 초 정부 고위 관계자 발언, 올해 초 정운찬 총리 발언, 정종환 국토부 장관의 주간지 인터뷰 발언, 최근 한겨레신문 보도 등이 그런 사례다.

 

이런 기류에서 전북이 악악거리는 건 당연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역간 갈등 사안에 대한 집단행동을 겨냥, "으샤으샤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고 했지만 으샤으샤할 땐 해야 한다. 정의와 신뢰가 무너지고 정부 약속이 폐기처분되는 사안이라면 두말 할 나위가 없겠다.

 

삭발과 마라톤, 청와대 앞 릴레이 시위, 국회 앞 집회 등 전북의 '과도한 행동'(?)을 무시하듯 경남은 성명서나 간담회 등으로 '정중동'을 보이고 있다. 이른바 '여당다운 행동'이다.

 

그런데 최구식 의원의 말이 영 개운치 않다. "유리한 입장답게. 여당답게 행동하면 된다."는 말이 목구멍에 가시 걸린 것처럼 껄쩍지근하다. 여당 지역이라는 이유로 어떤 사안이 그쪽에 유리하게 결판난다면 이건 나라도 아니다.

 

/ 이경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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