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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만한 영화] 제인 에어 vs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봄바람에 싱숭생숭할 때…사랑, 그리고 이별 이야기

올 해는 잘 지나가나 싶었는데 아뿔싸. 방심한 순간 '외로움'한 방 날리고 '싱숭생숭'으로 마무리하는 봄바람은 역시나 찾아왔다. 날씨가 좋아도 기분이 이상하고 괜스레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사랑영화가 특효약. 눈물 한바가지 쏟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괜찮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영화까지 재미있다면 봄바람 따윈 감쪽같이 잊게 된다.

 

▲ 제인 에어(드라마, 로맨스/ 115분/ 12세관람가)

 

어린 시절 읽은 책 중에 아직까지 기억나는 책이 있다면 바로「제인 에어」가 다. 엄마에게 처음 선물 받은 책이었기 때문. 중학생 시절 제인 에어는 삶의 멘토 같은 존재로 수십 번 되읽혀졌다. 고전의 밀리언셀러로 많은 '청소녀'들에게 사랑 받았던 책이 영화로 돌아왔다.

 

 

「제인 에어」의 영화 작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가장 최근인 1996년에는 프랑코 제피렐리 감독의 손에 의해 영화로 재탄생 됐고 1847년 출간 이후에 21차례에 걸쳐 TV시리즈와 영화로 만들어 졌던 것. 현대화 작업을 통해 계속 변화하던 '제인 에어'이기에 이번 영화는 더욱 위험했다. 고전의 맛을 살리면서 독창적이고 흥미로운 각색을 해야 하지만 앞서 만들어진 21편과는 또 달라야 하니 말이다. 결론적으로 캐리 후쿠나가 감독은 적당한 길을 잘 찾았다고 해야겠다. 수동적인 과거의 모습에서 좀 더 적극적인 현대 여성으로의 변화를 바탕으로 세련된 화면 구성과 좋은 캐스팅이 더해져 꽤 쓸만한 22번째 '제인 에어'를 완성시킨 것. 아카데미 의상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는 마이클 오코너가 영국 빅토리아 시대 의상을 되살렸으며 '오만과 편견'에서 고전 영화 음악의 진주를 보여준 다리오 마리아넬 리가 '제인 에어'의 음악을 담당했다.

 

운명보다 강한 여자. 일과 사랑에 당당했던 이 시대의 제인 에어의 모습은 절대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 개봉 당시 평단의 엄청난 지지율을 얻은 데는 다 이유가 있지 않겠는가.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드라마/ 125분/ 15세관람가)

 

이별이 아름답다니 이해할 수 없는 명제다. 시간과 상대를 불문하고 이별은 아프고 슬픈 일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이 영화는 이해 할 수 없는 아름다운 이별에 '세상에서 가장'이라는 수식어까지 붙여 놨다.

 

노희경 작가는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없는 인물이다. 삶을 닮은 대사들이 많은 이의 공감을 얻었고 드라마가 사랑 받는데 큰 일조를 한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녀가 1996년 겨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이라는 단막극을 선보였다. 보는 이의 눈물 콧물을 쏙 뺏던 그 작품이 동명의 영화로 돌아온 것이다.

 

가족 부양에 바쁜 평범한 주부 인희(배종옥). 그녀는 피곤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가장(김갑수), 치매로 어린애가 되어버린 할머니(김지영), 유부남과 사랑에 빠진 바쁜 큰 딸(박하선)과 여자친구 밖에 모르는 삼수생 아들(류덕환) 그리고 툭 하면 사고치는 백수 동생 부부(유준상&서영희)까지 건사해야 할 식구가 너무 많다. 일상의 소소한 사건들이 반복되는가 싶던 어느 날, 인희는 암선고를 받는다. 담담히 죽음을 준비하는 인희와 그녀의 가족들은 아픔 속에서 그만큼 성장해 가는데. 영원히 반복될 것만 같았던 일상에 찾아온 이별의 순간을 이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왜 엄마라는 존재는 항상 슬픈 지 모르겠다. 엄마에 대한 생각만으로 코끝이 찡해지는 기분, 세상의 딸들이라면 누구나 겪어 봤을 것이다. 15년이 지나 고리타분해졌을 먼 옛날의 드라마가 감동영화로 재탄생 할 수 있었던 이유가 아닐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인지는 알 수 없으나 '세상에서 가장 슬픈 존재'인 엄마가 등장하는 것만으로 이미 관객의 눈물은 따 놓은 당상이다. 끈질기게 슬픈 가운데 유머러스한 부분을 삽입해 영화의 후반부까지 집중력을 유지 할 수 있을 것. 울고 싶은 마음이라면 이 영화만한 선택이 없다.

 

이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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