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미국계인 오프라 윈프리(Oprah Winfrey)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으로 꼽힌다. 자신의 이름을 딴 TV 토크쇼 '오프라 윈프리 쇼'를 25년 동안 진행하며 낮시간대 시청률 부동의 1위를 지켜왔다. 뿐만 아니라 그녀는 세계에서 유일한 흑인 억만장자며 자선사업가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그녀의 어린 시절은 어려웠다. 시골인 미시시피 주에서 사생아로 태어난 그녀는 너무 가난해 감자포대로 만든 옷을 입었다하여 '감자포대 소녀'라 불렸다. 9살 때는 사촌에게 성폭행 당하고 마약에 빠졌다. 14살에 미혼모가 되었다. 그런 그녀였으나 고교 때 라디오 프로에 일을 얻으며 도약할 기회를 가졌다.
20세기 최고의 입체파 화가 파블로 피카소(Picasso)는 19세 때 출생지인 스페인에서 프랑스 파리로 옮겨 미술공부를 했다. 그는 몽마르뜨 언덕에 아뜰리에를 얻었다. 30여 개가 벌집처럼 밀집된 이 건물의 계단은 삐걱거리고 수도라고는 하나밖에 없었다. 가스도 전기도 들어오지 않았다. 일년 내내 고양이 오줌 지린내가 진동했다. 이곳에서 피카소는 지독한 가난과 싸워야 했다. 어찌나 가난했던지 고양이 신세를 지곤했다. 언젠가는 고양이가 어디선지 길게 이어진 소시지를 끌고 왔다. 굶주림에 지친 피카소는 그 소시지를 고양이와 함께 나눠 먹었다. 그러나 그는 머지않아 가장 유명한 화가가 되었다.
이처럼 '개천에서 용나는' 일이 우리나라에서 일어날 수 있을까. 가난의 대물림으로 그렇게 되기 힘들다는 논문이 나왔다. 도의회기 주최한 토론회에서 전주대 김광혁 교수가 '빈곤아동의 발달과 사례관리 효과'라는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는 빈곤 아동이 비빈곤 아동에 비해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등 주요 5과목에서 5.3점(빈곤 아동 68.4점, 비빈곤 아동 73.7점)이 떨어진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지난 해 12월 전주시내 2300명의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학업성적을 조사한 결과다. 이유는 인지적 자극, 부모의 감독과 애착이 부족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인지적 자극은 집안 형편이 어려워 학원에 가지 못하거나 참고서 등을 접할 수 없어 성적 저하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한국사회는 신분 상승의 첫번째 사다리가 학력이다. 빈곤이 대물림될 수밖에 없다. 윈프리나 피카소 같은 인물이 배출되기 힘든 구조가 고착화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 조상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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