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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만한 영화] 고양이: 죽음을 보는 두 개의 눈

의문의 죽음과 고양이…무섭고도 슬픈 이야기

"트랜스포머 3 봤어?"

 

요즘 극장가는 '트랜스포머3' 열풍이다. 영화 봤냐는 말이 인사가 될 정도로 인기 있다 보니 다른 영화들은 명함도 못 내미는 실정. 정면 대결을 피하려는 듯 이번 주 개봉하는 영화는 다섯 손가락으로 꼽고도 손가락이 남는다. 이런 사정으로 인해 극장가는 제대로 된 가뭄을 경험하고 있다. 하지만 우중충한 날씨와 잘 어울리는 동시에 사회상을 반영한 멋진 공포 영화 한 편을 찾아냈다. 고양이를 소재로 한 '고양이: 죽을을 보는 두 개의 눈'이 그 주인공. 공포 영화는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만큼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트랜스포머 3'이후의 선택으로는 제법 괜찮다.

 

선천적으로 심장이 약한 탓에 공포 영화를 제대로 즐기지 못한다고 믿는 한 사람으로써 여름은 참 힘든 계절이다. 다른 때에 비해 많이 개봉하는 공포물 때문. 공포 영화를 봐야할 때면 '어떻게 하면 영화에 덜 빠질 수 있을까?'부터 고민하는, 그래서 사실 제대로 기억하는 정통 공포물이 없는 불쌍한 관객이기도 하다. '고양이: 죽을을 보는 두 개의 눈'(이하 '고양이')을 선택하면서도 똑같은 고민을 해야 했다. 그런데 '고양이'는 여느 공포영화처럼 섬뜩하게 무섭다기보다 슬프게 무서운 그런 영화다.

 

어릴 적 충격으로 폐소공포증을 앓고 있는 소연(박민영)은 한 아파트 단지의 동물가게에서 애완동물 미용사로 일하고 있다. 어느 날 소연은 고양이 비단이의 미용을 맡게 되고 바로 그 날, 비단이를 집으로 데려간 주인이 엘리베이터에서 의문사로 발견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알 수 없는 공포에 질린 참혹한 모습으로 발견된 그의 마지막을 목격한 것은 고양이 비단이 뿐. 소연은 친구의 과거 애인이자 경찰인 준석(김동욱)의 부탁으로 비단이를 집으로 데려오는데 그때부터 소연의 눈에는 의문의 단발머리 소녀가 보이기 시작한다. 어린 시절의 충격을 극복하는 과정이라는 의사의 말에 희망을 가져보지만 계속해서 악몽에 시달리는 소연. 급기야 소연의 주위 사람들이 하나씩 죽어간다. 유기동물보호소에서 고양이를 입양한 소연의 친구 보희도 시체로 발견되자 소연은 준석과 함께 사건에 뛰어든다. 그리고 추적 끝에 고양이들의 사연이 모두 한 장소를 가리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모피, 육식, 유기동물까지 동물의 권리문제는 그야말로 뜨거운 감자다. 동물들을 위해 유기견을 입양하고 모피 구입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이유 없이 때리고 죽이는 학대도 함께 일어나고 있다. '고양이'는 고양이에 대한 괴담이 아닌 인간에 의해 변하는 동물,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다. 공포의 대상이 인간 인 것. 우리의 이기심으로 인해 고양이들이 받았던 학대와 사연이 소연의 손으로 밝혀지면서 슬픈 자괴감을 느끼게 된다. 동물의 원한을 익숙한 요소와 접목시켜 여느 공포 영화 같지만, 다른 '고양이'만의 공포를 완성했다.

 

고양이의 이미지를 공포 영화스럽게 활용한 부분이나 화면에 완벽하게 구현한 고양이 영상은 고양이의 플러스 부분. 하지만 그 가운에 폐소공포증이나 친구의 애인을 향한 주인공의 감정 설정 등은 어떤 효과도 내지 못하고 사그라지어 아쉽다.

 

혹자는 육식 생활도 결국 교육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 주장한다. 고양이를 불길한 동물로 여긴 옛날 관습 때문에 우리의 고양이에 대한 시선이 좋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 부디 영화'고양이'를 그런 시선의 일부분으로, 또 반대로 학대의 일부분으로 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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