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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뒷심 부족 - 백성일

외지인들이 전북 사람들을 좋게 말해 양반이라고 평한다. 농경사회가 주축을 이뤘던 시절에는 전북이 먹고 살기가 다른 지역에 비해 나았다. 징개 맹개 외야미뜰 같은 너른 평야가 있어 사는데 큰 지장이 없었다. 경상도 사람들까지 먹고 살려고 이곳으로 유입됐으니까 말이다. 의식이 풍족해서 여유가 생겨나다 보니까 자연히 풍류를 즐기게 된 것이다. 이게 요즘 말하는 '예향 전북'의 뿌리가 된 것이다.

 

그러나 산업화에 뒤처지면서 반대로 다른 양상이 나타났다. 이제는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정든 고향 산천을 등지고 떠나가는 신세가 되었다. 큰 공장이 없어 마땅한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실은 꽤 오래됐다. 최근들어 현대중공업·동양제철화학·일진그룹 등이 대규모 투자를 하지만 피부로 와닿지 않는다. 요즘에는 투자 한다고 해서 즉시 약발이 나타나지 않는다.

 

최근 LH유치 실패를 보면서 전북이 이대로 가선 안된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순진무구하게 정부말만 곧이 곧대로 믿다가 뒤통수를 맞았기 때문이다. 예전부터 전북 사람들은 머리가 영리하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단합이 안되고 모래알처럼 흩어졌다. 남이 앞에 나서는 꼴도 못보고 뒤에서만 총질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나무 위에다 올려놓고 마구 흔들어대는 사람만 늘었다. 관 눈치나 잘 살피면서 좋은 게 좋은 것 아니냐고 잘 둘러대는 사람이 처세 잘하는 사람으로 통할 정도가 됐다.

 

지역이 이렇게 된데는 정치력이 약해진데 연유한다. 중앙에 가서 누구 하나 큰 소리 한번 지를 사람도 없어졌다. 정치인의 강단과 기개가 사라졌다. 예전 같으면 유진산 이철승 송방용 윤제술 나용규 소선규 양일동 김판술씨 같은 쟁쟁한 정객들이 중앙 정치를 주름 잡았지 않았던가. 지금은 밖으로 뻗지 못하고 안으로만 쪼그라 들었다. 분통을 터뜨리고 싶어도 목에다 방울 달 사람조차 없다.

 

전북인의 약점으로 뒷심 부족을 든 사람이 있다. 전북보다 뒤늦게 동계올림픽 유치에 뛰어든 강원도 평창이 3수(修) 끝에 영광을 거머쥔 것은 지도자를 중심으로 단합된 도민들의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물론 중앙 정치권과 재계가 총 출동해서 지원해준 결과물이기도 하지만 도민들의 뒷심이 강했다. 지금 김완주 지사부터 시작해서 국회의원·시장·군수 통틀어 결기와 강단 있는 사람이 있다는 말인가.

 

/ 백성일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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