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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원 이사장과 아침편지

정치의 한복판서 명상운동가의 길로

고도원 이사장은 전북출신이다. 출신지로 광역권을 내세우는 것은 고향이 제주인데다 외가는 부안이고, 전주를 비롯한 전라북도의 여러 시군에서 성장기를 보냈기 때문이다.

 

부친(고은식 목사)은 근무했던 전주신흥교회 60년사에 '고목사의 손에서 책이 떨어져 있는 것을 못 보았다'고 기록되어 있을 정도로 알려진 다독가였다. 3남 4녀 중 차남인 그는 아버지의 회초리를 맞아가며 책을 읽었다. 만화나 소설에 마음 팔려있던 아들에게 책을 쥐어주며 읽고 밑줄 긋기를 통해 독서를 확인하는 방식이었다. 그는 목사가 되기 위해 연세대 신학과에 입학했다. 그러나 대학 신문인 '연세춘추'를 만나면서 인생이 바뀌었다. 학생기자로 일하면서 학점은 'F선상의 아리아'를 그렸고, 유신시절에 여러 차례 필화사건을 거쳐 긴급조치 9호로 제적됐다. 목사의 길도, 신문기자의 꿈도 막혔다. 수배 받고 붙잡히고 강제 징집 당하고 난 뒤, 전기밥솥 하나 가지고 결혼을 했다. 생계를 위해 웨딩가게도 했고, 문방구 차리려다 사기도 당해 보았다. 절망의 계곡을 헤매던 그는 때 마침 창간한 '뿌리 깊은 나무'의 한창기 사장을 만나 기자가 되었다. 5년 동안 부지런하게 일했지만 전두환 정권이 들어서면서 강제 폐간되는 바람에 다시 실업자가 됐다.

 

'뿌리 깊은 나무' 기자로 일할 때 그의 '글발'을 눈여겨보았던 중앙일보 경제부장이 그를 불렀다. 덕분에 언론고시도 안보고 중앙일보 기자가 됐다. 당시 지역 차별이 유난히 심했던 그 직장에서 사건기자로 3년 넘게 뛰면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발 빠르고 감각이 뛰어난 덕분이었다. 그는 문화부를 희망했지만 정치부 기자가 됐다. 청와대 출입할 때 김대중 대통령이 기자단과 식사하는 자리에서 '인생의 책'을 이야기 했다. 아놀드 토인비가 쓴 '역사의 연구'였다. 대부분의 기자들은 읽지 않은 책이었지만 그는 중학교 2학년 때 아버지의 강권으로 읽기 시작해 이미 15번이나 읽은 터였다. 어떤 구절은 암송할 정도였던 그는 대통령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면서 그를 대통령이 직접 청와대로 불러들인 것도 그때의 인연이 계기였다.

 

정치의 한복판에서 나와 명상운동가로 길을 바꾼 그는 사재를 털어 문화재단을 설립했다. 그것이 '아침편지 문화재단'이다. 9월 4일 현재 아침편지 회원은 2,672,893명. 이 재단에서는 아침편지와 함께 명상센터 '깊은 샘 옹달샘', 우리 먹을거리를 생산자과 소비자가 직접 직거래하는 '꽃피는 아침마을'을 운영하고 있다. 명상센터 방문객은 엄청난 속도로 늘고 있으며 '꽃피는 아침마을' 역시 연간 매출 200억대를 훌쩍 넘어섰다.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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