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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과 골리앗 싸움…"졌지만 잘 싸웠다" 관중석 응원물결

원광대, 한국전력(강원)과 럭비 예선 1차전 31-91 패

6일 경기도 안산 와-스타디움 내 보조경기장에서 열린 원광대(전북)와 한국전력(강원)의 제92회 전국체육대회 럭비 예선 1차전에서 선수들이 볼을 다투고 있다. (desk@jjan.kr)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다.

 

원광대(전북)와 한국전력(강원)의 '제92회 전국체육대회' 럭비 예선 1차전을 두고 하는 말이다.

 

6일 오후 1시40분 경기도 안산 와-스타디움 내 보조경기장.

 

한전은 전반 시작하자마자 트라이(try·상대 골라인에 공을 갖다놓는 것)를 찍어 5점을 앞서갔다. 두 번째 트라이 때는 보너스킥(2점)까지 H골대를 넘기는 등 10분 만에 17점을 올렸다.

 

원광대는 전반 18분에야 페널티킥으로 간신히 3점을 얻었다. 그래도 점수는 3-31이었다.

 

원광대 선수들이 공을 잡거나 하프라인을 넘는 장면은 드물었다. 설사 넘더라도 덩치가 평균 1.5배인 한전 선수들에게 가로막혀 바닥에 나뒹굴기 일쑤였다. 스크럼(scrum)을 짜도 원광대는 후진, 한전은 전진이었다.

 

키 180㎝ 이상인 씨름 선수가 달음박질까지 빠르다면 어떨까. 한전 선수들이 꼭 그랬다.

 

관중석 분위기는 거꾸로였다. 원광대가 공을 잡으면 '뛰어', '찍어' 등 더 큰 목소리로 응원했다. 강자와 맞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약자의 '도전 정신'이 아무 연고도 없는 관중의 마음을 움직인 듯했다.

 

전반 40분을 10-55로 마친 원광대는 후반에 고삐를 더 죄었지만 31-91로 졌다.

 

1980년대 초 원광대 체육학과가 생기면서 과기(科技)로 태동한 럭비팀은 현재 선수가 25명이다. 이번 대회엔 부상자를 뺀 19명이 참가했다.

 

1, 2학년(스포츠과학부)이 주축이고, 3, 4학년은 군대에 가거나, 취업 준비를 한다는 게 2003년 부임한 김정신 감독(35)의 설명.

 

그는 "이번 대회 대진표를 보고 절망했다"고 털어놓았다. "럭비는 몸과 몸이 부닥치기 때문에 이변이 거의 없다"는 것.

 

배경은 이렇다. 우리나라 럭비팀은 대학 1부 리그에 고려대·연세대·경희대·단국대·충남대, 대학 2부 리그에 원광대·부산대·서울대·계명대가 있다. 실업팀은 상무까지 포함해 포스코건설·한국전력·삼성중공업 등 4개다.

 

원광대가 대학 2부 리그 최강이라곤 하지만, 일류 선수들도 입단하기가 '바늘구멍'인 실업팀과의 대결은 애초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는 것.

 

김 감독은 이날 두 팀의 실력 차를 "상대(한전)가 점수를 내고 싶은 만큼 낼 수 있는 정도"고 표현했다. 다만 점수 차를 무지막지하게 벌리지는 않는다고 했다.

 

"요즘처럼 어려운 시기에 100점 차로 지면, 진 학교 수장이 가만있겠어요? 바로 해체하겠죠."

 

그는 "저희 팀은 학교 정식 육성 종목이 아니어서 시합 때만 (대학 측에서) 식대나 교통비 등을 지원받는다"며 "럭비는 비인기 종목인 데다 박봉이어서 우리나라 럭비 지도자들은 자기 생활을 희생하지 않으면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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