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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만한 영화] 오직 그대만 vs 완득이

전직 복서·길 잃은 문제아…사람냄새 진한 그들이 온다

전직 복서이자 전과자인 철민(소지섭)은 생수 배달로 생계를 연명하던 중 정화(한효주)를 알게 된다. 그들의 감정은 사랑으로 발전하는데…. 영화'오직 그대만' (desk@jjan.kr)

한국 영화 두 편이 예매율 상위권을 웃돌고 있다. 전혀 다른 장르에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기지만 왠지 두 편 다 봐야 할 것 같은 나름의 매력을 가졌다. 가을이라 본능적으로 당기는 사랑이야기, 혹은 언제 봐도 재미있는 베스트셀러 이야기, 입맛대로 골라보면 되겠다.

 

▲ 오직 그대만(드라마/ 105분/ 15세 관람가)

 

불쌍한 캐릭터는 꼭 어디가 아프다. 특히 연약한 여주인공은 눈이 안보이기 일쑤고 꼭 그 여주인공이 위험에 처했을 때 사회의 방랑자인 남자 주인공이 그녀를 구해준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던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고 다시 시련이 오고 이겨내고 잘 되거나 그냥 바라만 보거나 하는 이런 이야기, 너무 많이 봤다. '오직 그대만'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얘기한 '뻔한 얘기'에서 어느 것 하나 벗어나는 것이 없다. 하지만 여기에 더 더해진 뭔가는 분명 있다. 예상했던 스토리를 돌아보게 하는 이 영화의 힘, 과연 뭘까?

 

가난한 가정환경에 공부도 못하는 문제아 완득이. 담임 동주(김윤석)의 설득으로 존재조차 몰랐던 필리핀 출신의 엄마와 만남이 시작된다. 영화 '완득이' (desk@jjan.kr)

전직 복서에 전과자인 철민(소지섭)은 생수 배달로 생계를 연명하며 밤에는 주차장을 관리하는 일을 새로 시작한다. 어느 날, 철민은 주차장 관리를 하던 전임자 할아버지와 친하게 지내던 한 여자, 정화(한효주)를 알게 된다.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시력마저 거의 상실한 정화와 만남은 이렇게 시작되고 둘은 점차 가까워진다. 점점 사랑이라 느끼던 그 때쯤,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정화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철민은 위험한 일을 하기로 결심하게 되고 이렇게 헤어짐의 시간은 다가온다.

 

그렇고 그런 이야기를 아름답게 변화시켜준 것은 영상이다. 마치 일본 영화의 그것을 보는 듯 한 몽환적인 화면 배색이나 느낌은 사랑 이야기에 언제나 회자되는 '냉정과 열정사이'처럼도 보였다. '소간지'라는 별명까지 가진 소지섭과 청순한 한효주가 만나 이루는 조화도 멋지고 두 배우의 모습이 깊이 있는 장면 연출로 이어져 관객의 눈과 마음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정통 멜로로 던진 승부수는 그 자체를 부정하거나 피하려 하지 않고 사랑이 정말 그런 모습인양 건들이면 깨질 것은 순수함으로 일관한다.

 

누군가 신데렐라나 백설공주가 왕자가 아니라면 정말 그 사람과 사랑에 빠졌겠냐(빠진것처럼 했겠냐)고 의문을 던지는 시대다. 슬프게도 조건 아닌 조건에 나를 맞추고 눈을 맞추는 세상에서 '오직 그대만'은 사랑은 그런 것이 아니라고 분명하게 이야기한다.

 

▲ 완득이(드라마/ 107분/ 12세 관람가)

 

김려령 작가의 동명 소설 '완득이'가 영화로 돌아왔다. 도저히 어울릴 것 같이 않은 제자와 선생의 이야기는 가치를 깨닫는 '개념 이야기'로 변모해 있다.

 

남들보다 키는 작지만 자신에게만은 누구보다 큰 존재인 아버지와 언제부터인가 가족이 되어버린 삼촌과 함께 사는 고등학생 완득이(유아인). 가난하고 가정환경에 공부도 못하는 문제아지만 싸움만큼은 자신 있다. 그런 완득이가 바라는 것은 딱 하나, 바로 담임 '똥주'가 없어지는 것이다. 사사건건 자신의 일에 간섭하는 것도 모자라 급기야 옆집 옥탑방에 살면서 밤낮없이 자신을 불러대는 동주(김윤석)가 미울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동주는 존재조차 모르고 살았던 친엄마를 만나 보라고 완득이를 설득하고 그의 엄마(이자스민)가 필리핀 출신이라고 이야기 한다. 그리고 그렇게 엄마와의 서투른 만남이 시작된다.

 

'완득이'의 이야기도 구태의연하다면 그렇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결과보다도 중요한 것은 과정이 아닐까. 베스트셀러 출신(?)의 영화답게 이야기가 나가는 방식은 영리하고 매끄럽다. 스승과 제자의 이야기는 어느새 가족의 가치로 변해 은글슬쩍 마음에 와 닿아있으니 말이다.

 

겉으로는 별로인 것 같아도 결국은 따뜻한 모든 사람들의 모습이 '완득이'에 담겼다. 단순한 가족의 모습을 넘어 다문화가정에 대한 진실을 제대로 알 수 있는 기회. 무엇보다 부모님과 보기 좋은 영화라는 것 자체로 가산점을 주고 싶다.

 

이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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