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공 말기 사회 각층에서 번졌던 시국선언중 고려대 교수 서명에 자신이 참여치 않았다는 데서 오는 잡음을 사퇴서 한 장으로 씻어냈다. 그리고는 저술에만 몰두했다. 이듬해 마치 신들린 듯 써낸 ‘동양학 어떻게 할 것인?? 여성론 ‘여자란 무엇인?? ‘중고생을 위한 철학강의’ 등 6권의 책이 한꺼번에 베스트셀러로 떠오르면서 유명 인사가 됐다.
대만대(72년)와 동경대(75년), 하버드대(77년) 등 유학생활 10년을 끝낸 뒤 강단에 섰을 때부터 도올은 자신이 스타임을 스스로 의식하고 행동하는 학자였다. 한복차림에다 빡빡 깍은 머리 스타일, 특유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도올은 천상에 있던 철학을 지상으로 끌어내림으로써 철학대중화에도 큰 기여를 했다. 2004년 MBC 도올 특강이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최근 EBS의 ‘도올 김용옥의 중용, 인간의 맛’도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 기자도 즐겨 보는 시청자중의 하나다. 그의 강의는 학생이라는 청중 앞에서 기획-연출-연기하는 한편의 드라마다.
그런데 도올 김용옥 한신대 초빙교수가 단단히 화가 나 있다. 내년 1월3일까지 36강이 예정된 프로그램을 이번주부터 EBS가 중단하겠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이 강연은 광고도 많이 붙고 시청률도 높은 프로그램이다. 당초 교육방송 사장도 강연을 끝까지 방송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던 걸 감안하면, 도올이 4대강 사업 등을 비판하는 등 쓴소리를 많이 한 것 때문에 퇴출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도 보통사람되기를 허락치 않던 25년 전의 5공과 다를 바 없다. 중용지도의 본 뜻을 헤아리지 못하는 무리들이 안타깝다. 고전에 담긴 진리 하나 깨치지 못하고 무슨 정치를 한단 말인가.
이 대통령은 재보선이 끝난 뒤 젊은 세대들의 뜻을 어떻게 반영할지 고심하고 있다고 했다. 어제 라디오 연설에서는 “이번 선거를 보면서 변화를 바라는 젊은이들의 갈망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젊은이들이 그런 일로 방송이 중단되는 걸 바라지 않는다는 것도 확인했으면 좋겠다.
/이경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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