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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로운 저녁은 없어도

종편·한미FTA·선거방해…나라에 찝찝한 일들이 많지만그래도 우리 하루하루 잘 살자

종편 4개사의 방송이 시작되었다. 개국하는 방송국이 4개사나 되다 보니, 채널만 이리저리 돌리다가 하루가 갔다. 잡힌 화면 속 사람들이 어쩐지 ‘구식’ 냄새가 났다. 기이한 느낌이 들었다. 소설가 공지영의 인순이 김연아 종편 출현 언급이 급속도로 퍼지면서 트위터들을 뜨겁게 달구었다. 늘 그렇듯 트위터들은 양편으로 발 빠르게 갈라졌다. 그러나 어느 쪽도 사람들은 편안하게 하지는 못했다. 23년 전 야쿠자 모임에 참석했다는 강호동을 다룬 모방송사의 방송 태도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았다. 그 일에 대한 사람들의 왈가왈부는 사람들의 심기를 더욱 불편하게 했다. 한 나라에 무려 4개나 되는 새로운 방송이 개국 했는데도 그에 대한 축하와 그리고 기대와 흥분과 축제 분위기는 없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종편 개국 속에서도 안철수 교수의 강남 총선 출마설과 신당 창당에 대한 소설을 쓰던 신문들이 입을 다물었다. 그가 그 두 가지 설에 대해 일축했기 때문이다. 그에 대한 이런 저런 추측기사들이 아무 쓸모가 없어진 쓰레기가 돼 버렸다.

 

한·미 FTA 대한 판사들의 반대 발언은 신선했다. 급기야 대법원장이 나서 단속을 했지만, 그리 크게 설득력을 얻지 못한 것 같다. 매서운 겨울 바람 속에서도 한·미 FTA반대 시위는 나라 곳곳으로 번지고 있다. 권력의 총체적인 부실함이 드러나 곳곳에서 물이 세는 느낌이다.

 

지난 10월26일 서울 시장 선거 때 선관위 방해 디도스 공격 실체가 드러나면서 사람들은 경악하고 있다. 집권 여당의 국회의원 비서가 단독으로 그런 큰 일을 저질렀다는 게 한나라당측의 주장이다. 안철수 현상으로 가뜩이나 갈피를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 우왕 좌왕 하던 한나라당은 불난 자기 집에 스스로 부채질을 한 꼴이 되었다.

 

이 와중에 나꼼수 공연 운집 인파, 개그맨 최효종 고소 사건은 수선스럽기만 하고 우울한 우리들의 마음을 녹여주는 고소한 일이었다.

 

염려스러운 것은 이런 저런 나라의 일들이 사람들의 격을 높이고 사람다운 권위와 위엄을 갖추게 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을 쫄게 하고 누추하게 한다는 것이다.

 

분단이 만들어 놓은 낡은 이념의 틀 속에 갇힌 이 지겨운 싸움 속에서 우리 아이들은 어른들의 비겁하고 비열하고 치졸한 싸움을 그대로 보고 자란다. 모두들 양날이 선 칼들을 쥐고 아슬아슬하게 하루를 산다. 어쩐지 찝찝한 일들이 많은 지난 주였다.

 

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오는 골목에 대고 밥 먹으라고 아이를 부르는 어머니의 한가로운 목소리가 들리는 해질녘이 없는 땅이다. 그래도 우리는 하루하루 잘 살아냈다. 또 살자.

 

본지 편집위원

이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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