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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날들

이 용 미

 

마술사의 마술 상자 속에서 짠~하고 나온 작은 비둘기. 그 비둘기 같은 아이가 우리 집에 처음 인사 왔던 날은 여름으로 접어드는 가랑비가 가만가만 내리고 있었다. 현관문을 열자 아들 애 뒤에 선 작디작은 아이가 눈에 들어와 크지 않은 우리아들이 훤칠해 보일 정도였다. 그 작은 아이가 내년이면 우리 며느리가 된다. 그 며늘아기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와 절차로 조금은 번거롭고 바쁘지만 행복한 요즘, 몇 사람들이 며칠 전 이야기를 농담처럼, 혹은 진지하게 건넨다. 작은 문학상수상소감 마지막에 이름 끝 글자가 나와 같아 재미있게 자연스런 며느리 소개가 될 것 같아 이름을 부르며 예비시어머니 모습 어떠냐고 물을 때 당황하던 애의 모습을 유심히 보았던 때문일까? 어떤 이는 확실한 기선제압을 했다느니 며느리 잡는 것도 가지가지라느니 하면서 놀리기까지 한다. 그렇지는 않다. 나도 알 수 없는 내 맘 깊은 곳에 시어머니의 어떤 본능이 깔려있을지는 모르지만 이성으로서의 그런 마음은 추호도 없다.

 

난 우리 예비며느리가 참 예쁘다. 작은 얼굴, 작은 키는 날 주눅 들지 않게 해서 좋고, 요즘 세상 흔 한 것이 박사라지만 그만큼 노력하고 인내해서 얻었을 그 자격이 자랑스럽다. 보내준 김장김치가 맛있다며 미안해서 내년엔 제가 담가보겠다는, 믿기지도 믿을 수도 없는 그 말이 어찌나 대견하고 기분이 좋은지 아무 때나 쿡쿡 웃음이 난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예쁘고 고마운 이유는 따로 있다. 우리아들의 행복해 하는 모습 때문이다.

 

탓 들을 일도, 칭찬 들을 일도 없이 그저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한 우리 아들, 부모 속 썩이는 일없이 제 앞 가름하는 충실한 직장인이지만 맘을 알 수 없는 어려서부터의 무표정은 내 맘의 짐 아닌 짐이었다. 여자 친구가 생기면 좀 달라지겠지 하는 맘에 사귀기를 은근히 종용해도 그저 묵묵부답이던 아들이 서른두 살이 되어서야 처음 데려온 여자 친구 옆에서 달라진 모습이라니……. 지금껏 볼 수 없던 밝은 표정과 당당함으로 나를 보는 눈의 따뜻함에 왈칵 눈물이 쏟아질 뻔 했다. 내 노력과 정성을 어쩜 그리도 몰라주느냐고 푸념 아닌 푸념과 원망 아닌 원망을 중얼대던 세월이 얼마인가. 이젠 됐다. 작고 귀여운 비둘기 같은 예비며느리가 내 무겁던 맘의 짐을 이렇게 홀가분히 쉽게 벗겨주다니.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함이 아쉬울 뿐 며느리 맞이하기 위한 이런 저런 절차나 준비가 그래서 재미있고 행복한 요즘이다. 함속에 넣어 보낼 귀한 목화씨와 향나무 조각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었던 것도 큰 행운으로 여겨져 감사할 만큼.

 

*수필가 이용미씨는 2002년 <수필과 비평> 으로 등단했다. 수필집 <그 사람> 이 있다. 전북문화관광해설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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