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김제출신 정노식(鄭魯湜 1891-1965)이 펴낸 「조선창극사(朝鮮唱劇史)」 머릿말의 일부다. 1940년에 발간된 이 책은 구전되어 오던 판소리 역사를 정리한 최초의 문헌으로 문학사적 의의가 높다.
전통 예술인들에 대한 편견이 시퍼렇던 일제 초기에 일본 유학을 다녀온 엘리트가 이런 생각을 가졌다는 게 당시로서는 놀라운 일이다. 조선창극사에는 정읍출신 전도성 명창의 구술을 바탕으로 권삼득 등 명창 90명의 더늠(명창의 특징적인 판소리 대목)을 소개하고 있다. 이 가운데 40명이 전북 출신이다. 전북이 판소리의 탯자리임을 말해준다.
정노식의 지적처럼 옛부터 사람들은 소리꾼들의 예술을 좋아하면서 인격은 천대해 왔다. 그러다 보니 소리꾼들의 삶과 예술에 대한 흔적이 구전으로 내려오다 대부분 사라져 버렸다. 따라서 이를 채록하는 일이 시급하다. 그러나 이들의 삶이나 예술세계를 구술받는 일이 만만치 않다. 지금처럼 대접받던 시절이 아니고 어려운 삶을 살았기에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설령 마음을 터놓으려해도 희미한 기억때문에 구술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그들의 삶은 곧 국악의 역사다. 이러한 기록들이 축적돼 씨줄 날줄로 맞추다보면 예술사의 훌륭한 기초자료가 될 수 있다.
이같은 뜻에서 전북도립국악원이 2011-2017년 동안 25명의 도내 명인·명창들의 구술사를 펴낼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이번에 첫 결실로 4명의 구술사를 펴냈다. 호남살풀이춤(동초수건춤) 보유자 최선(전라북도 지정무형문화재 제15호), 부안농악(상쇠) 나금추(제7-1호), 판소리 심청가 이일주(제2호), 판소리장단(고법) 이성근(제9-1호)의 구술사가 그것이다.
그리고 2차 사업으로 올 한해동안 가사(歌詞) 김봉기, 판소리 춘향가 최난수와 최승희, 판소리장단 주봉신의 삶을 정리할 예정이라고 한다. 충실한 채록으로 이들의 삶과 예술을 통해 전통예술이 나아갈 미래를 밝혀줬으면 싶다. /조상진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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