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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우(穀雨)

내일은 곡식에 필요한 비가 내린다는 곡우(穀雨)다. 이 때 내리는 봄비가 온갖 곡식을 이롭게 한다 해서 붙여진 24절기중 봄의 마지막 절기다. 요즘은 영농기술 발달로 벼 못자리 시기를 조절하지만 예전엔 곡우 무렵 내린 빗물로 못자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그야말로 단비다. 나라에선 이 무렵에 볍씨를 내어주며 못자리를 권장하고 파종을 위해서 죄인도 잡아가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볍씨를 담글 땐 금기사항이 여러 가지 있었는데 방아를 찧어서는 안된다는 것. 방아를 찧으면 쌀 눈 깨지는 소리에 볍씨가 놀라 싹을 틔우지 않는다는 속설 때문이다. 또 부정을 탄다 해서 부부관계를 삼가는 풍속이 있으며 상가(喪家)에 들렀거나 부정한 일을 봤을 땐 집 앞에 불을 피우고 그 불에 악귀를 태우는 의식을 거친 후 볍씨를 담갔다고 한다.

 

조선시대에는 곡우 무렵 국왕이 농사의 신인 신농씨(神農氏)·후직씨(后稷氏)에게 제사를 드리는 선농대제를 올렸다.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에 있는 선농단(先農壇)에서 왕이 이들 농사 신에게 제사를 올리며 한해 풍년을 기원한 뒤 친히 쟁기질을 하며 농사의 소중함을 알렸던 의식이다. 그 때 밭을 갈던 소를 잡아 고기와 뼈 내장 등을 넣고 푹 삶아 먹던 음식이 오늘날 설렁탕의 원조라는 것이다. 선농대제는 1910년 경술국치 후 중단되었다가 1979년 제기동 주민들이 중심이 되어 부활되었으며 1992년부터 동대문구청과 농수산식품부 주관으로 선농문화축제로 열리고 있다.

 

올해 곡우에는 비소식이 없는 대신 주말과 휴일 도내를 비롯 전국에 비 예보가 있다. 기상청이 지난 2009년 4월 곡우에 내린 비의 경제적 효과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평균 37mm 강우량으로 인해 4600억원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했다는 것. 미세먼지 제거 등 대기질 개선효과와 가뭄 극복, 수자원 확보, 농업용수 공급, 산불 발생 억제 등으로 수천억원대 이익을 얻은 셈이다. 비와 바람과 같은 기상현상도 자원으로서 엄청난 가치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요즘 주말 휴일마다 내리는 비로 인해 나들이 계획에 차질을 빚으면서 불평 불만을 가질수 도 있지만 봄비의 고마움을 생각하면 감사의 조건이 아닐 수 없다.

권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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