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풍낙엽(秋風落葉)에 저도 나를 생각는가
천리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 하노매라
부안출신 조선중기 여류시인 이매창(李梅窓, 1573~1610)이 첫사랑 유희경을 그리며 쓴 유명한 한글시조 '이화우 흩날릴 제'다. 부안현 아전의 서녀로 태어난 매창은 시와 거문고에 능통했지만 출생의 한계 때문에 기생으로서 짧은 생을 마감했다. 하지만 그가 남긴 시작(詩作)은 400여년을 뛰어 넘은 우리에게도 심금을 울리고 있다.
북의 황진이, 남의 매창이란 말처럼 이매창은 황진이 허난설헌과 함께 조선시대 3대 여류시인으로 꼽힌다. 시인 신석정 선생은 황진이 서경덕 박연폭포의 '송도삼절'에 견주어 이매창과 유희경 직소폭포를 '부안삼절'이라 칭했다.
당시 한시와 시조 가무 등에 다재다능한 매창의 소문은 전국에 알려졌고 같은 천민 출신으로 시재(詩材)에 출중한 유희경이 매창을 찾으면서 운명적인 만남이 이뤄졌다. 동병상련이랄까. 스무 살 꽃다운 매창과 스물여덟이나 더 많은 유희경은 첫 눈에 반해 시(詩)로 마음을 주고받으며 사랑을 노래했다.
그러나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유희경은 의병을 일으켜 공을 세웠고 면천을 받아 양반으로 신분상승과 함께 관직에 나가 종2품 가의대부까지 승승장구했다. 그런 유희경에 대한 소식을 접한 매창은 마음의 거리가 갈수록 더 멀어짐을 느끼면서 사무치는 그리움과 회한을 시로 승화시켰다. 15년의 긴 기다림 끝에 다시 만난 유희경은 열흘간의 짧은 재회를 뒤로하고 영원한 이별을 고했다. 매창과 10년동안 교류했던 문재(文才) 허균도 매창이 죽자 2편의 시를 지어 그녀를 추도했다. 매창의 작품은 500여편이 넘는다고 전하지만 현재까지 시조 1수와 부안현 아전들이 구전되는 것을 모아 1668년 개암사에서 간행한 '매창집'에 수록된 한시 58수에 불과하다.
부안군과 부안문화원은 지난 2001년 매창의 묘지 주변을 정비해서 매창공원을 조성하고 매년 매창문화제를 열고 있다. 올해는 오늘부터 6일까지 부안 매창공원과 스포츠파크 일대에서 매창시비 제막식과 추모제 백일장 사생대회 등으로 꾸며진다. 또 미국 하버드대학에 보관중인 매창집 원본을 사진으로 처음 공개한다. 이번 주말엔 꽃비 속에서 400여년전 매창의 시심에 빠져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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