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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따또가'와 '팔길이 원칙'

김진아 익산문화재단 문화예술사업국장

 
얼마 전 부산 출장을 다녀왔다.

 

최근 문화예술의 거리의 성공 모델로 뜨고 있는 부산 '또따또가'를 직접 둘러보기 위해서였다. 2010년부터 부산 중앙동, 동광동 등 부산의 대표적인 원도심 지역에 조성된 '원도심 창작 공간 '또따또가'. 현재 300여명의 예술가들이 이 거리에 터전을 잡고 3년동안 활동을 하고 있다. 그리고 2012년 문화예술의 거리의 좋은 예로 뜨고 있다.

 

먼저, '또따또가(T0TATOGA)'라는 용어부터 설명을 한다면, 관용의 의미와 문화다양성을 대신하는 용어인 '똘레랑스(Tolerance)'와 '따로 또 같이'라는 우리말을 조합하여 만든 합성어이다. 예술가들의 창작공간이 때로는 지역과의 협력을 통한 하나의 문화지대를 만들고, 많은 예술가들이 각자의 공간에서 활동하지만 때로는 통합 사업이나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통해 함께 작업해 가는 문화 클러스터를 지향한다는 뜻이다.

 

독특한 이름에서 풍겨 나오듯이 직접 눈으로 본 부산의 '또따또가'는 억지스럽지 않고, 참으로 자연스럽게 운영되고 있었다. 문화예술이 거리라고 해서 도시를 화려한 색의 페인트칠을 하지도 않았고, 헌 건물을 새 건물로 뜯어 고치지도 않았다. 그냥 오래된 건물에 예술인들이 둥지를 틀고, 그 안에서 창작 공간을 조성하고 있었다.

 

3년 전만 해도 저녁이나 주말에는 사람 구경하기 힘들었던 이 곳에 문화예술의 거리 조성 3년째를 맞자, 서서히 사람들이 찾기 시작했다고 한다. 새로운 가게들이 문을 열어 지역 상권이 활기를 띠고 있었다. 그렇게 '또따또가'는 예술가의 전문적 문화가치와 시민의 보편적 문화가치가 결합되어 창조적 상상력이 넘치는 역동적 프로슈머(Prosumer) 문화시민의 양성과 이를 토대로 문화예술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로 잘 운영되고 있었다.

 

이런 결과가 있기까지 민관의 역할 분담이 모범적으로 잘 진행이 됐다고 한다. 부산시가 문화예술의 거리를 운영하는 센터에 아무런 간섭을 하지 않고 있었다. 철저하게 '팔길이 원칙'을 지키고 있었다. 센터를 운영하면서 사업비 지원과 정산때 말고는 공무원 얼굴을 구경조차 하지 못했다고 한다. 운영자는 부산 문화예술의 거리 '또따또가'의 성공 요인을 철저하게 '팔길이 원칙'을 지켜준 덕분이라고 했다.

 

다 아시는 것처럼 불필요한 어떤 간섭도 없는 '팔길이 원칙'(Arm's Length Principle)은 1945년 영국에서 시작됐다. 영국 정부가 1945년 예술평의회 창설했고, 예술을 정치와 관료로부터 거리를 두기 위해서 팔길이 원칙을 채택했다. 영국은 국가주도 지원제도를 피했고, 예술가 사회가 갖고 있는 관료들의 간섭에 대한 깊은 불신을 인식해 팔길이 원칙을 통해 이런 불신을 극복하고자 했다.

 

'팔길이 원칙'은 지원은 하되 간섭은 없다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어 정부가 예술기관에 대해 지원을 하면서도 자율성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가진다. 정부나 지자체로부터 지원을 받는 사업을 운영해 본 분들은 공무원의 지나친 간섭과 참견을 한번쯤은 경험해 보셨을 것이다. 관의 입장에서 보면,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 알고 있기는 하지만 실천하기는 어려운 문제일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화예술이 그 본연의 특성을 잘 살려 생명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내버려두어야 한다. 조급함과 보여주기 식을 버리고, 믿고 기다릴 줄 아는 성숙한 문화지원만이 지금 전라북도에서 추진하고자 하는 문화정책들이 성공할 수 있는 지름길일 것이다.

 

'팔길이 원칙' 2012년 전라북도 문화정책에 원칙이 되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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