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중하 우신산업 대표
은파유원지에서 용선을 탔다. 카누체험기간이라고 송준영 감독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김정숙 교수와 연락해서 함께 가겠다고 해놓고서 그만 잊고 있었다. 이번에는 이순자 선수한테서 왜 안 오느냐는 독촉전화가 왔다. 체험도 좋지만 카누를 알리기 위해 현대자동차 개발실장과 기업인대표 몇 사람과 함께하려고 수배를 했다.
그러나 생소한 카누에 적합한 복장문제도 있고 평일이어서 시간내기가 어려워 무산되고 말았다. 결국 김정숙 군산대교수와 김연하 한국 귀금속 디자인협회 전북지회장과 함께 군산 은파유원지를 찾았다.
'카누'라는 용어는 배를 의미하는 스페인어 'CANOA'에서 온 것으로 그 유래는 원시인이 강이나 바다에서 교통수단 또는 수렵을 위한 조그마한 배를 고안하여 사용한데서 부터라고 한다. 그러니 인류의 역사와 맥을 같이한 수상 스포츠인 셈이다.
북미인디안들은 자작나무로, 그린란드 에스키모들은 동물 뼈에 바다표범의 가죽을 씌워 만들었고, 현대의 카누는 유럽섬유, 에폭시, 우드스트립으로 만들어 더욱 가볍고 튼튼하다. 플라스틱을 이용한 FRP 카누도 대량으로 만들어지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1978년도 아주대학교에서 학생들이 최초로 FRP카누를 직접 제작한 바 있고, 우리 조상들도 카누와 비슷한 배를 사용했던 통나무카누가 국립경주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있다.
카누경기는 잔잔한 호수나 급류의 하천에서 정수정미가 날카로운 배를 패들(노)로 저어 스피드를 겨루는 경기이다. 조선해양 백과사전에서 보면 용선傭船이란 해운업자가 경영상 필요한 선박을 타선주의 소유선박으로 운용하는 경우라고 되어있다. 배를 세내어 쓴다 해서 한자로 傭船, 龍船, 用船 등으로 혼용해서 쓰고 있다.
우리가 탄 용선도 체험하기 위해 카누연맹에서 일주일동안 빌려온 배다. 국내 용선대회는 속초, 충남, 울산에서 매년 개최되고, 중국 남부의 섬마을 리앙시에서도 연례행사로 용선龍船경주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통도사 극락전 뒷벽에 그려진 반야용선般若龍船을 보면 푸른 바다에 연무가 일고 운무사이로 연화가 만발하여 억겁고해 파도를 헤치고, 극락세계 정토에 가까이 왔음을 전해주는 듯하다.
"청사초롱 불 밝혀들고 극락세계로 찾아 가네 / 반야용선 띄워보니 팔 보살이 호위하네 / 가네 가네 나는 가네 극락세계로 나는 가네 / 보리수에 봄이 드니 우담바라 꽃피었네."
상여 메고 부르는 만가(輓歌)의 한 구절이다.
이렇듯 의미 있는 용선에 승선한 인연을 더듬어 본다. 2008년 8월 중국 베이징에서 29번째 하계올림픽이 개최 되었을 때다. 개인 자격으로 이순자 선수가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을 보고나서 인연의 고리가 싹이 터 자란 셈이다. 이순자 선수는 장수군 계남면 산골마을에서 태어나 아시아권을 제패하여 올림픽출전 개인자격을 얻어냈다. 카누선진국 헝가리 출신 야누스 코치와 함께 외롭게 중국베이징으로 건너가 중국에서 배를 빌려 올림픽에 출전한다는 내용의 방송과 기사를 읽은 것이다. 진정으로 치하와 격려를 아끼고 싶지 않았다.
2010년 '자랑스런 전북인 대상'에 체육부문 수상자로 이순자 선수가 선정되었고 나 역시 경제부문의 수상을 했다. 시상식을 마치고 전라북도 체육대회가 열렸다. 고창군 공설운동장 트랙을 이 선수와 나란히 오픈카를 타고 한 바퀴 돌았다.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으면서다. 이때 촬영한 사진 한 장이 우리 인연의 징검다리가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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