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초의 주민발의로 추진된 전주완주 통합은 이대로 좌초되고 말것인가. 무려 30여 년이다. 광역화를 통해 미래로 나아가자고 전국의 주요 지자체가 그야말로 혈안이 돼 있는데 우린 이대로 주저앉고 말것인가. 지난해 시민단체는 순수한 주민들의 손으로 통합을 추진하자고 완주군민 6천여 명의 서명을 받아 지방화시대위원회와 행안부에 제출한 바 있다. 이후 숱한 공방 끝에 지난 9월 행안부가 완주군민 주민투표 권고 여부를 위임 받았지만 지금껏 아무런 얘기가 없다. 주민투표에서 통합 찬성이 이뤄지더라도 내년 통합 시장 선출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절대적인 골든타임이 지나가고 있다. 왜 행안부는 아무런 얘기를 하지 않고 있는가. 사정이 이러하니 통합을 반대해온 완주지역 정치인과 기득권들은 통합 무산을 공식 선언하고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하라고 기고만장을 부리고 있다. 백여 년 전 전라선 철도의 전주권 부설을 반대했던 우물 안 개구리들의 철없음이 지금 전북을 요 모양으로 만들었는데도 말이다.
통합을 염원해온 사람들은 외부의 제재나 반대보다는 내부의 분열과 무능, 일부 기득권의 탐욕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낙후와 푸대접의 원천이라고 분개하고 있다. 정치권은 물론 행정 역시 미리미리 준비하고 대처해야 했지만 알면서도 준비하지 않았고, 먼 산 달 지나듯 대처해 왔던게 이런 결과 아니겠냐는 지적이다. 전주완주 통합문제가 지난번 지사나 시장 선거의 첫번째 공약이었으면 주도면밀하게 추진해야 했지만, 시민단체들이 움직여도 뒷짐만 지다가 뒤늦게 하는 척하니 누가 움직여 주겠는가. 행안부의 무응답이 지금껏 길어지고 있지만 누구 하나 왜 무엇 때문에 그러느냐고 묻는 사람도 없고, 그러니 행안부는 아무런 대답을 안해도 되는 참 무기력한 형국이 바로 전북의 현실이다.
행안부가 이처럼 전북을 무시한채 아무런 의사표시를 하지 않은데 대해서는 완주군의 통합반대 여론이 너무 높기 때문이 아니냐는 해석이 많은 듯 하다. 또 이 때문에 이재명 대통령이 전북 방문을 유독 늦추는 이유가 아니겠냐고 지레짐작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완주군내 통합 반대 여론이 그렇게 높았다면 반대측은 당장 주민투표를 통해 찬성측을 시원하게 박살내자고 나섰을텐데 왜 투표 대신 여론조사로 하자고 매달렸을까. 지난해 서명부 작성 당시, 통합에 찬성하면 서명해 달라는 권유에 제꺽제꺽 써 주신 분들이 바로 완주군민들이었다. 오히려 지금 시중에선 행안부의 긴 침묵이 통합을 찬성하거나 반대 해온 단체장 후보들 그들을 위한 최고의 차선책이라는 얘기들도 많다. 주민투표가 실시돼 찬반 결과가 나오면 누군가는 치명상을 입을텐데, 판 자체가 벌어지지 않았으니 내년 지방선거에 나설 그들에겐 그보다 좋은 대책이 어디 있겠느냐는 얘기다.
행안부의 긴 침묵이 이어지면서 통합의 추진력은 급속도로 소진되고 여론도 사그러들고 있다. 서명부 전달 후 될 듯 해보이니까 하이에나처럼 달려들었던 찬반 단체들도 이젠 다가올 지방 선거판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고 단체장 후보들의 현수막만 바람부는 거리에 나부끼고 있다. 자리가 아닌 오직 지역을 위해 통합을 반대한다던 반대측 인사들은 군수 자리가 전리품인양 저마다 자신이 적임자라며 속속 선거판에 뛰어들고 있다. 왜 통합에 반대했던가의 이유가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지만 이들 가운데 정작 승리자는 한명뿐일 터이다. 이렇게 전주 완주 통합의 기운은 사라져야 하는 것인가. 가능할지 모르지만 올 연말쯤 대통령과의 대화가 열린다 하더라도 전주완주 통합얘기는 꺼내지도 말자. 기회의 사다리마져 부끄러운줄 모르고 걷어차버리는 무지와 무능이 너무 창피해서 말이다. /이흥래 전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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