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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차가운 겨울이 드리운 농촌, 예방이 온기를 지킨다

한국소방안전원 전북지부장 박민철

기온이 본격적으로 내려가면서 실내활동과 난방기구 사용이 늘어나는 시기가 다시 찾아왔다. 매년 반복되는 계절 변화이지만, 이 시기가 유독 위험한 이유가 있다. 바로 겨울철 화재 발생 위험이 다른 계절보다 월등히 높다는 점이며, 특히 농촌이 많은 우리 전북 지역에서 그 위험성은 더욱 크다.

최근 수년간의 통계를 살펴보면 그 현실은 더욱 명확해진다. 전북특별자치도소방본부에 따르면 우리 도에서 발생한 화재 사망자 67명 중 64.2%가 농촌 지역에서 발생했고, 그중 60세 이상 고령층이 74.4%에 달한다. 농촌 거주·고령층이라는 두 요소가 겹치면 화재 대응력이 떨어지고 대피가 어려워지며, 결과적으로 인명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급격히 높아지는 것이다.

농촌 지역의 특성도 위험 요인을 키우는 주요한 배경이다. 주택이 도심보다 넓게 분포하고, 이웃 간 거리가 멀어 위험 상황 발견이 늦다. 소방력 접근에 시간이 걸리는 구조적 한계까지 겹치면서 초기 대응이 어렵다. 게다가 1인 고령가구 증가, 거동이 불편한 주민 비율 확대 등 사회적 변화는 화재 대응 취약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화재는 작은 불씨에서 시작되지만, 취약한 환경에서 발생할 경우 순식간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로 이어진다.

올해 도내 곳곳에서 발생한 주택화재 사례는 이러한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냉장고 과열, 전기배선 단락, 아궁이 부주의, 난방기구 관리 소홀 등 대부분이 일상 속에서 충분히 예방 가능한 원인들이다. 부주의와 고령층의 대처 곤란이 겹칠 때 피해는 더 커진다. 특히 농촌지역의 주택 구조는 노후된 시설이 많고 거주환경이 취약해 불씨 하나가 곧 생명과 직결되는 현실이다.

이러한 위험성을 낮추기 위해 소방본부에서는 올해 겨울 ‘찾아가는 안전교육’을 중심으로 한 맞춤형 화재예방대책을 추진한다. 5,300여 개 농촌마을을 대상으로 소방공무원과 의용소방대가 직접 마을회관을 찾아가 교육을 실시하고, 거동이 불편한 노인세대나 화목보일러 사용가구 등 취약가구를 방문해 안전점검을 병행한다.

또한 3,500개 마을에서는 세대방송 수신기를 활용해 매주 화재예방 방송을 송출하고, 이장단 교육을 통해 마을 단위의 안전전파 체계도 구축한다. 지역 특성을 고려한 이러한 예방 중심의 접근은 화재 발생 가능성을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는 중요한 노력이다.

그러나 공공기관의 활동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화재는 대부분 사소한 부주의에서 시작되며, 이 부주의를 줄이는 힘은 결국 주민들의 일상 속 실천에서 나온다. 난방기구는 잠들기 전에 반드시 전원을 끄고, 전기장판은 접거나 구부리지 않으며, 오래된 전선은 제때 교체해야 한다. 화목보일러 주변에 쌓인 가연물은 사소해 보이지만 큰 불씨가 될 수 있는 만큼 반드시 정리해야 한다. 어렵지 않은 생활수칙이지만, 이를 지키는 습관이 결국 생명을 지키는 첫 번째 장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서로 살피는 공동체의 힘’이다. 고령층이 많은 농촌에서는 이웃의 작은 관심이 화재 피해를 막는 결정적 요소가 될 수 있다. 평소 혼자 지내는 어르신 댁을 둘러보고, 난방기구 사용 상태를 확인하는 일만으로도 큰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겨울철 화재는 예측 가능한 위험이며, 대부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사고다. 올겨울만큼은 우리 모두가 한 번 더 주변을 살피고, 집 안의 위험요인을 점검하는 시간을 가지길 바란다. 작은 실천이 모이면, 전북특별자치도의 농촌 곳곳은 더 안전한 겨울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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