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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 평화의 땅 DMZ

한반도의 허리를 철조망으로 가로 지르는 DMZ(비무장지대). 이곳은 평화와 위험이라는 두 얼굴을 지녔다. 수많은 지뢰와 초소, 망루가 설치돼 있어 위험이 상존한다. 또 남북한의 엄청난 병력이 항상 전쟁상태로 대치하고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폭발 가능성이 큰 곳이다. 이름뿐인'비무장지대'인 셈이다.

 

반면 이곳은 오랫동안 인간의 간섭을 받지 않아 세계적인 생태계의 보고로 꼽힌다. 산림청 등이 DMZ내 일부 지역에 대해 조사한 결과 2700여 종의 동식물과 67종의 희귀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달가슴곰 여우 사향노루 산양 등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이 살고 있다. 하천과 습지도 잘 발달돼 생물다양성이 뛰어나다.

 

그래서 환경부는 지난해 9월 유네스코에 생물권보전지역(BR) 지정을 신청했다. 뛰어난 자연·생태를 보호하고 지역사회를 친환경적 개발에 동참시키기 위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설악산 제주도 신안다도해 광릉숲 등 4곳이, 세계적으로는 114개국 580곳이 지정돼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북한이 공동신청에 무반응이어서 남한쪽 DMZ만 신청했다. 또 올 7월에는 생태계가 우수한 강원도 철원의 DMZ를 생태·평화공원으로 만드는 시범사업을 착수했다. 철책선 너머의 오성산과 휘귀어종이 서식하는 김화 남대천 등이 대상이다.

 

지난 주 민통선 지역인 양구 두타연을 찾았다. DMZ 걷기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양구는 입구에 '국토 정중앙, 양구에 오시면 10년은 젊어집니다'라는 안내판이 인상적이다. 맑은 공기와 청정한 자연 덕분에 정말로 10년은 젊어질 것 같은 기분이다.

 

하지만 이곳은 금강산과 이어진 곳으로 6·25 전쟁 때 가장 치열하게 전투가 벌어졌던 곳 중 하나다. 비경인 두타연이 일반에 공개된 것은 2004년. 휴전 50여 년만의 일이다. 아직도 지뢰매설지역이라 통행로와 주변의 생태탐방로를 제외하면 출입이 금지돼 있다. 이곳에서 영화를 찍은 인연으로 '소지섭 길 51킬로미터'가 나 있다. 우거진 수풀 앞에 쳐진 가시철망에 지뢰(MINE) 경고판이 붙어있고, 녹슨 포탄과 나무 십자가에 걸린 깨어진 철모가 전쟁의 상처를 증언하는 듯하다.

 

내년이면 휴전 60년. DMZ가 분단의 상징에서 생명과 평화의 땅으로 거듭났으면 한다. 온통 단풍으로 물들어 가는 두타연의 너른 연못과 동굴을 허가없이 볼 수 있도록.

 

조상진 논설위원

조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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