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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와 소년 227일 바다표류기

라이프 오브 파이 (모험, 드라마/ 126분/ 전체관람가)

날씨는 추워지고 눈은 계속 오는데 극장가 영화는 가뭄이다. 실내 놀이가 절실한 이 때, 새로운 개봉작은 적지만 그래도 영화관이 최고의 장소. 특히, 여전히 아이들을 위한 영화가 많아 방학 보내기는 적절할 것이다. 3D로 제작돼 아이들을 눈을 사로잡는 두 작품 '라이프 오브 파이'와 '호두까기인형'을 만나보자.

 

우리는 너무 많은 정보들 속에 살고 있다. 문제는 그 정보 안에 감정도 갇혀버렸다는 것. 증거가 될 수치가 없으면 믿지도 않고,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우면 관심도 주지 않는다.

 

'라이프 오브 파이'는 그런 사람들에게 고문 같은 영화가 될 것이다. 227일간의 인도 소년 표류기인 얀 마텔의 소설 '파이 이야기'를 영화화한 이 작품은 최소한의 정보만을 쥐어준다.

 

끝없이 넓은 태평양과 낡은 구조선, 열여섯 살에 고아가 된 인도 소년 파이(수라즈 샤르마), 동물원에서 나온 벵골 호랑이 한 마리가 전부. 여기에 영화의 대부분이 파이의 가족이 정부 지원이 끊긴 폰디체리의 동물원 운영을 접고 캐나다로 이민을 떠나는 배에 탑승한 뒤의 기록이다. 가족 중 유일한 생존자인 파이와 난파선에 함께 탑승한 호랑이가 겪는 생존기. 흡사 '노인과 바다'를 떠오르게 하는 구조지만 거대한 감동이나 교감을 기대한다면 맥이 빠지고 만다. 동물과 인간 사이의 우정도 없고 그저 참혹한 현실에 대한 이야기 뿐. 거대한 자연을 그린 영상은 봐줄만 하지만 아무리 700만부나 팔린 스테디셀러를 원작으로 했어도 이야기는 무리가 있다.

 

'라이프 오브 파이'가 괜찮은 영화로 각인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3D 효과다. 제작비 1억2000만달러를 들여 3D로 제작했으니 이를 꼭 즐겨볼 것. 밤바다를 환히 밝힌 해파리떼의 푸른빛과 미어캣떼의 기괴한 군집은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할 만큼 경이롭다.

 

헐리우드식 '스팩타클'은 없지만 영화의 아기한 맛을 알고 리안 감독의 연출법을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충분히 멋진 작품. 정보의 부재나 밋밋함이 불안하다면 꼭 3D로 관람하길 바란다.

이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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