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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누타 섬과 '아로파'

솔로몬제도는 남태평양 뉴기니섬의 동쪽에 있는 섬나라다. 정식명칭은 솔로몬 아일랜드(Solomon Islands), 영연방의 하나다. 솔로몬제도의 테모투 주에 아누타 섬(Anuta)이 있다. 인구는 300여명. 폴리네시아 중에서도 가장 인구가 적은데, 폭이 800m밖에 안 되는 좁은 면적이어서 인구밀도는 아주 높다. 이 아누타 섬이 유명세를 타고 있다. 지난해 연말 방송된 SBS의 다큐멘터리 '최후의 제국'에 소개된 덕분이다. 아누타는 우리가 상상하는 낙원도, 환상적인 섬도 아니다. 가장 가까운 이웃 섬이 120km에 있을 정도로 외떨어져 있는데다 GPS에도 잡히지 않는다. 아누타 사람들은 여전히 별을 보고 항해를 하며 남자들은 전통카누에서 줄낚시로 고기를 잡고 여자들은 한 뼘 땅을 활용해 타로나 바나나를 재배한다. 예고 없이 몰아치는 태풍과 높은 파도에 집과 가족을 잃기도 하고, 수시로 재해를 입기 일쑤지만 삶은 풍요롭고 아이들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그 비결이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는데 그것은 '아로파(aropa)' 정신을 실천하는데 있다.

 

'아로파'는 연민, 사랑, 협동, 나눔을 뜻한다. 서로 협동하고 공유하며 다른 사람에 대한 사랑과 연민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아누타 섬사람들은 '아로파' 실천으로 섬의 한정된 자원을 공평하게 나누고 함께 도우며 살아가는 지혜를 터득했다. 이들은 개인은 약하지만 함께 하면 강하다고 믿으며 개인은 불가능하지만 힘을 합치면 이룰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이들에게 가족은 같은 바구니에 있는 밥을 함께 먹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고기를 잡으러 바다에 나갔다가 돌아오지 못한 친구 대신 맡게 된 아이도 당연히 가족이다. 아프거나 아이를 낳았거나 상을 당한 이웃에게는 먹을 것을 갖다 주고 그 아픔과 기쁨도 함께 나눈다. 능력이 있으나 교만한 자는 경계하며, 자신의 이익만 생각하면 병이 든다고 믿는다.

 

돌아보면 우리에게도 '두레'같은 공동체 정신을 실천하는 미덕이 있었다. 사실 '아로파'가 지닌 '나눔'과 '협동'의 공동체 정신은 오늘날 더 필요한 가치다. 다행히 '아로파'를 현대적으로 실천하는 새로운 운동이 시작되고 있다. '협동조합'운동이 그것이다. 부와 명예를 앞세운 경쟁사회에서 공생의 의미는 낯설지만 공존과 신뢰의 '아로파' 정신은 지금 우리에게도 절실한 가치다. 그만큼 '협동조합'운동에 거는 기대가 크다.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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