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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가 무질서보다 나을까

■ 제시문

 

〈자료1〉 어떤 관료

 

관료에게는 주인이 따로 없다!

 

봉급을 주는 사람이 그 주인이다!

 

개에게 개밥을 주는 사람이 주인이듯

 

일제 말기에 그는 면서기로 채용되었다

 

남달리 매사에 근면했기 때문이다

 

미군정 시기에 그는 군주사로 승진했다

 

남달리 매사에 정직했기 때문이다

 

자유당 시절에 그는 도청과장이 되었다

 

남달리 매사에 성실했기 때문이다

 

공화당 시절에 그는 서기관이 되었다

 

남달리 매사에 공정했기 때문이다

 

민정당 시절에 그는 청백리상을 받았다

 

반평생을 국가에 충성하고 국민에게 봉사했기 때문이다

 

나는 확신하는 바이다

 

아프리칸가 어딘가에서 식인종이 쳐들어와서

 

우리나라를 지배한다 하더라도

 

한결같이 그는 관리 생활을 계속할 것이다

 

국가에는 충성을 국민에게는 봉사를 일념으로 삼아

 

근면하게 정직하게!

 

성실하게 공정하게!

 

- 김남주

 

〈자료 2〉

 

하이데거는 우리가 직시해야 하는 가장 큰 위험은 핵폭탄이나 기술 진보가 아니라 "핵의 시대에 시작된 기술 혁명이 인간을 포박하고 미혹시키고 눈을 멀게 하고 귀를 틀어막아서 언젠가 계산적 사고만이 유일하게 유용한 사고가 될" 가능성이라고 확신했다.

 

"그렇게 되면 어떤 위험이 발생할까? 계산적인 계획과 발명에 대한 통찰력은 최고에 도달하여 큰 성공을 거둘 테지만 동시에 숙고에 대한 무관심과 총체적인 무사유가 초래될 것이다. 그다음엔? 그다음 인간은 자기 고유의 것, 숙고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부인하고 폐기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이 인간의 본성을 구해야 한다. 그 때문에 숙고를 해야만 하는 것이다."

 

계산적 사고와 명상적 사고의 차이점을 더 자세히 살펴보면 각 사고로부터 어떤 다른 질서에 대한 느낌이나 판단이 탄생하는지를 알게 될 것이다. '계산적' 사고는 숫자를 다루며 합계만 맞으면 만족한다. 그러면 만사가 정상이다. 명상적 사고는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 정말 정상일까? 계산 가능한 세상을 보며 우리는 무엇을 느끼는가? 그 안에서 우리 자신은 어떻게 살아갈까?

 

여기서 이미 우리가 질서라고 부르는 것과 우리의 관계가 얼마나 모순적인지가 드러난다. 우리는 질서를 필요로 하지만 정말로 질서를 원하지는 않는다. 아니면 '좋았던 과거의 질서'에 집착한 나머지 현재의 삶을 바라보는 시선을 왜곡하게 된다.

 

『철학은 어떻게 정리정돈을 돕는가』

 

(이나 슈미트 지음)

 

〈자료 3〉

 

정리가 하나의 자기 계발 수단으로 정착한 미국에서 정리 컨설턴트란 이미 보편화된 직업으로, 〈유에스뉴스앤드월드리포트〉에서 선정한 '미래 유망직종 20'에 몇 번이나 선정될 만큼 꽤 알려져 있다.

 

"정리 컨설턴트는 생산력을 증진시키고 스트레스를 절감하는 시스템과 해결 방법, 구조를 제공하는 전문가를 말한다. 정리 컨설턴트는 다른 사람들에게 정리 시스템과 방법을 소개함으로써, 고객이 새로운 습관을 통해 평화롭고 질서 정연한 환경에서 살고 일할 수 있게 하여 그들의 삶을 재건하는 것을 돕는다."

 

미국 정리 컨설턴트 협회, NAPO의 정의

 

미국에서는 이미 1980년대부터 정리 컨설턴팅이 시작되었고, NAPO에 등록한 컨설턴트만 4,200명이며, 실제 활동하는 컨설턴트는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하루 15분 정리의 힘』(윤선현 지음)

 

 

 

쟁점 논제

 

1. 논술 논제

 

위 제시문을 차이점 중심으로 요약한 다음, 질서와 무질서의 관계를 논하시오. 단, 알베르 카뮈의 '외적 질서는 거대한 내적 무질서를 해결하려는 절망의 노력에 불과하다'라는 진술을 옹호하거나 비판하는 내용을 포함하시오.

 

2. 면접 논제

 

면접 논제(전북대 2012학년도 인문계열 공통 면접)

 

최근 세계화 추세에 따라 외국어(영어)의 중요성을 강조하여 외국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외국어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경우의 예를 들고 개선 방안을 말해 보십시오.

 

쟁점 확대하기

 

〈자료1〉

 

이 시는 시의 앞부분에 나오는 '관료에게는 주인이 따로 없다! / 봉급을 주는 사람이 그 주인이다! / 개에게 개밥을 주는 사람이 주인이듯'이라는 말에서 그 의미를 쉽게 접근할 수 있다. 관료주의는 질서와 혼동된다. 그러나 관료주의적 질서를 관공서의 건물, 복도에 깨끗하게 내용물을 적어놓은 밀폐용기, 대기업의 절대 불변 회의 규칙 등 다양하다. 중요한 것은 아무 생각없이 그것을 유지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관료주의는 진보적 발전의 가능성이 없다. 사유가 없는 관료주의는 생명력 넘치는 현상과 전혀 관련이 없다. 관료주의는 기존의 것을 관리하고 유지하며, 새로운 것이 몰려와 불안을 조장하지 못하도록 하는 일이 중요하다. 이 점에서 무질서 또는 질서와 차이가 있다. 시는 영혼이 없는 관료를 비판하고 있다.

 

〈자료2〉 관련 내용

 

고대 그리스인들이 사용한 개념인 '코스모스'는 '질서'를 의미하지만 '세계'를 의미하기도 하고 놀랍게도 '도리'를 의미하기도 한다. 고대 그리스에서 코스모스는 카오스에서 나왔고 카오스의 결과였지만 카오스의 뿌리에서 완전히 떨어져 나오지는 않았던 질서의 한 형태를 지칭했다.

 

그러므로 코스모스 사상을 구성하는 것은 카오스 - 코스모스를 탄생시킬 수 있는 카오스 - 와 지속적으로, 완벽하게 의식적으로 관계를 맺는 질서다. 이로써 둘은 각자 상대의 전제조건이지만 카오스는 코스모스적 질서의 반대말이 아니다. 코스모스의 반대는 우리의 안전 추구를 무엇이 어디에 놓여야 하는지를 아는 '좋은 기분'으로 환원시키는 결정화된 질서다. 하지만 실제로 이런 '좋은 기분'은 끊임없이 청소를 하고 정리정돈을 한다고 생기는 것은 아니다. 세계는 그 가장 깊은 내부에 카오스적 존재를 품고 있다는 사실, 내가 가끔씩 그 안으로 약간의 질서를 불어넣거나 아니면 그 자체로 인식하게 하는 카오스적 존재라는 사실에 대한 '합의'에서 비로소 깊은 안정감을 일깨울 수 있는 법이다.

 

〈자료3〉

 

이 글은 〈자료2〉와는 다른 차원의 글이다. 〈자료2〉가 '그저 자세히 바라보다가 문득 사물들이 지극히 질서정연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기만 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이다. 우리는 창의적인 무질서한 인간에 매력을 느낀다. 〈자료3〉은 질서정연한 상황에서 사는 것이 낫다는 데 모두 의견을 일치를 보기 때문에 NAPO 단체의 활동이 일어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자료3〉의 주장에 대해 그 정당성을 찾지 못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오히려 질서 앞에서는 활력도 함께 제거된다고 한다. 〈자료1〉의 내용은 이러한 연구 결과를 증거하는 자료가 된다. 다양한 비판적 주장이 있지만 질서 정연하게 공간, 시간을 정리하면 공간과 시간을 훨씬 잘 활용할 수 있으며, 인맥을 정리하여 삶을 사랑하게 된다는 주장은 많은 공감을 얻고 있기도 하다.

 

쟁점 기출문제

 

2006학년도 고려대 정시논술고사

 

논제. 다음 네 개의 제시문은 하나의 공통된 주제와 관련된 글이다. 그 주제를 말하고, 제시문 간의 연관 관계를 설명하시오. 그리고 그 주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논술하시오.

 

쟁점 관련 도서

 

1. 철학은 어떻게 정리정돈을 돕는가

 

2. 명작 속에 숨어 있는 논술

 

쟁점 관련 영화

 

1. 저지 드레드

 

2. 다크나이트 라이즈

 

학생 글과 교사 총평

 

1. 학생 논술문

 

자료 1, 2, 3은 모두 사회의 질서에 관하되, 서로 다른 시각을 가지고 쓴 글이다. 먼저 자료 1은 관료가 질서를 숭배함으로써 얻은 '근면, 정직, 성실, 공정'의 태도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글이다. 자료 2는 화자가 질서의 맹목적인 숭배에 대한 경계심을 알리는 글이다. 자료 3은 사람들이 질서있게 살기 위해 정리 컨설턴트를 고용한다는 글이다.

 

이처럼 현대 사회는 질서에 대한 충성을 요구한다. 우리는 무질서하게 살지 않기 위해 질서를 따르고, 숭배하고 배운다. 나는 알베르 카뮈의 '외적 질서는 내적 무질서를 해결할 수 없다'라는 의견에 동의한다.

 

우리 사회에서 '질서'란 무엇인가? 질서는 힘없는 자의 논리이다. 그들은 '무질서한' 사회를 하나의 질서있는 사회로 만들고 싶어한다. 그 예로 '히틀러의 독일'을 예로 들 수 있다. 그는 '유대인들이 독일을 무질서하게 만든다'라는 논리를 펼쳐 '질서를 위해 유대인을 학살했다'라는 결과를 얻었다. 또한 '나라가 살아야 국민이 산다'라는 전체주의 논리로 독일을 '질서있게' 만들었다. 그 결과 '질서있는' 독일은 또다른 '질서'에 의해 패망하게 된다. 나는 여기서 '질서'와 '무질서'는 서로 상대적인 관계에 있다. 즉 우리가 '무질서'라고 부르는 것들은 '무질서'를 '질서'로 바꾸기 위한 힘있는 자의 합리화라는 것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겪어온 질서는 '상대적 질서'이다. '상대적 질서'는 질서 있게 보일지는 모르지만 정의롭지는 않다.

 

세계는 자신의 논리 합리화를 위해 '질서'와 '무질서'를 만들었다. 그 결과 우리는 소위 '질서'라 부르는 것에 순응하며 살아야 한다. 더욱 성숙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자연 그 상태의 무질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힘있는 자의 '질서'에서 멀어져야 한다. 그것이 바로 올바른 질서이지 무질서이다. 따라서 우리가 올바른 방향으로 정의롭게 살기 위해선, 우리는 무질서해져야 한다. 전북대 사대부고 1학년 임성재

 

2. 교사 총평

 

일제화된 질서보다는 다양한 무질서가 낫다

 

사회의 질서에 순응하라는 사회는 전체주의 사회이거나, 비민주적인 사회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사회는 획일주의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사회는 질서를 추구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의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마이클 센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처럼...

 

△독해력

 

임성재 학생은 '질서'라는 관점으로 자료 1, 2, 3를 분석하였다. 대조라는 개념속에는 비교도 들어있다. '질서'라는 공통점으로 자료 1은 질서에 대한 숭배, 자료 2는 질서에 대한 경계, 자료 3에서는 질서에 대한 순응으로 잘 분석하고 있다.

 

△논리력

 

이번 논제는 알베르 카뮈의 '외적 질서는 거대한 내적 무질서를 해결하려는 절망의 노력에 불과하다'를 옹호하거나 비판하는 내용을 포함하여 질서와 무질서의 관계를 논하라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 옹호하는 입장의 편에서 '히틀러의 독일'을 하나의 사례로 들었다. 매우 좋다. 다만 아쉬운 것은 논증의 과정에서는 주장, 이유, 근거의 구조를 가질 때 이유를 구체화해주었으면 더 좋은 논증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표현력

 

논제에서는 '나'라는 단어는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다. 아직 1학년이라는 한계점이 보이는 것 같다. 그리고 논제에서 자료 1, 2, 3의 차이점을 중심으로 요약한 다음, 이를 질서와 무질서의 관계를 논하라고 하였다. 자료 1, 2, 3와의 연계가 없다는 점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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