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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재상의 3대조건(?)

김능환(62)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의 청빈한 삶이 새삼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작년 대법관 퇴임 당시 재산은 2억원이었다. 고위 공직, 공권력의 핵심이면서도 30평짜리 아파트 한 채가 전부다. 형편이 어려운 직원 변호사 비용으로 1000만원을 보태주기도 했다. 퇴임 후 억대 연봉이 보장된 대형 로펌의 유혹도 뿌리쳤다. 국무총리 후보로도 거론됐지만 "대법관 출신이 행정부에서 요직을 맡는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공개적으로 거절했다. 현대판 청백리의 표상이자 이 시대의 진정한 선비다. 부인 김문경씨는 채소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남편이 공직을 그만 둔 뒤에야 비로소 남편 퇴직금으로 가게를 열었다. 뭔가 해보고 싶었고 사람들과 만나고 싶어 가게를 열었다고 했다.

 

조선시대에도 청빈한 공직자들이 많았다. 선조때 무훈을 세워 받은 상금을 부하와 똑같이 나눈 장필무(張弼武), 냇가에서 지방관리를 업어서 건넨 영조때의 판서 이문원(李文源), 향시 합격자 명단에 자기 아들이 들어가 있자 아들 이름을 지워 버리고 발표한 세종 때의 함길도 관찰사 정갑손(鄭甲孫) 등의 감동적인 일화가 있다. 성종 때 덕천군수를 지낸 양관(梁灌)이란 자에 대한 모함이 있자 임기를 끝내고 집에 돌아가는 그를 급습해 조사했더니 짐 보따리에 '소학(小學)' '두시(杜詩)' 등 책 몇권만 나왔다는 일화도 있다('청백리 열전'). 황희 맹사성 유성룡 이원익 이항복 등 청빈했던 재상도 17명에 이른다.

 

예나 지금이나 지도층 인사에게 필요한 건 도덕성이다. 그런데 국정을 운영할 리더들이 한결같이 탐욕적이다. 병역면제, 부동산투기, 위장전입, 논문표절, 세금탈루, 편법증여, 급여 부당수령 등등. 몇몇을 빼곤 예비 재상들이 어쩌면 그렇게도 진자리 피하기 명수인지, 재산축적의 달인들인지 신기할 따름이다. 병역비리, 부동산투기, 위장전입은 대한민국 재상이 되기 위한 3대 필수조건처럼 돼버렸다.

 

박근혜 정부가 어제 국무총리와 장관도 없이 출범했다. 장관 인사청문회가 27일부터 3월6일까지 열린다. 국무총리나 장관은 전문성만으로는 안된다. 도덕성에 흠결이 없어야 한다. 정치적 상징성이 크고 국민 신뢰가 중요한 탓이다. 신뢰가 없으면 영(令)도 제대로 설 수 없다. 청문회의 핵심은 검증이다. 늦었을 망정 쫀쫀히 검증해야 한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이경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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