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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호떡

군산 사람들에게는 추억이 하나 있다. '중동호떡'을 사먹던 기억이다. 모내기를 하거나 보리베기, 벼베기 등 농사일을 하던 중 새참으로 중동호떡이 단골이었던 때도 있었다고 한다. 중동호떡집은 군산터미널에서 내항과 째보선창 쪽으로 약300m 떨어진 군산시 중동의 한 골목에 있는 조그만 호떡집이다. 예전 가게는 허름했지만, 몇년 전 코앞에 신축 개업했다.

 

호떡은 싸고 맛있어서 대중들이 편하게 사먹는 길거리 음식이다. 반죽에 흑설탕을 넣어 철판에 익혀 낸 동그란 호떡은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한다. 만들어 판매하기가 손쉽기 때문에 포장마차에서도 팔고, 일반 상점에서도 판다. 전주 시내 중심가에도 80년대까지 '장미호떡'이라는 유명한 호떡집이 있었다. 장미호떡같은 호떡집은 전국 어디에나 많았다. 하지만 80년대를 지나면서 호떡집이 크게 줄었다. 겨울철이면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호떡을 판다. 그마저도 찾기가 힘들다. 많은 이익을 내기 힘든 탓이다. 게다가 국민 소득 수준이 높아졌다. 자연스럽게 호떡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그 자리를 제과점이 채웠다. 대기업 탓도 있다. 요즘 길거리 곳곳은 대기업이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빵집이 즐비하다. 서민이 호떡으로 승부하기 힘들다.

 

이런 가운데 중동호떡의 유명세는 대단한 것이다. 오늘날 호떡집 치고 전국적 유명세를 타면서 택배서비스까지 제공하는 곳은 중동호떡이 유일한 것 같다.

 

중동호떡의 경쟁력은 일반 호떡과 차별성에 있다. 일반호떡이 철판에 기름을 두르고 호떡을 익히는 반면 중동호떡은 철판에 기름을 전혀 두르지 않는다. 밀가루 반죽을 미리 기름칠한 후 뜨거운 철판에 올리는 것도 아니다. 호떡에 기름이 묻지 않았으니 먹기도 좋다. 쫄깃하고 구수한 맛이 더해지니 더욱 인기를 끄는 요인이 됐다. 철판에 기름을 두르지 않은 채 태우지 않고 호떡을 구워내는 비결은 '반죽 기술'에 있다. 음식 비결은 자식에게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는 말이 있듯이 '기름을 두르지 않고 철판에서 구워내는 중동호떡집의 반죽'은 중동호떡집의 3대째 비결이다.

 

사실 중동호떡집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요즘처럼 적극적인 영업을 하지 않았다. 준비한 반죽이 떨어지면 문을 닫았다. 가게를 찾았다가 허탕 치는 손님도 많았다. 그러나 요즘은 허탕칠 일이 없다. 대신 호떡을 사기 위해 번호표를 뽑은 후 몇시간도 기다려야 한다. 군산 중동호떡집엔 매일 불이 난다. 김재호 논설위원

김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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