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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학살기념관

이종민 전북대 교수

20세기 초 일본은 아시아 일대에서 연속적인 침략전쟁을 일으켜 곳곳을 피빛으로 물들인다. 그 대표적인 사건이 남경대학살이다.

 

1937년 12월13일, 당시 중국의 수도 남경을 점령한 일본군의 만행은 특히 잔혹했다. 중국군 포로는 물론 무고한 시민들 까지도 검도 연습의 제물이 되었다. 산 채로 매장되거나, 구덩이에 던져져 기름을 뒤집어쓰고 불타 죽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학살은 이듬해 2월 초까지 6주 동안 계속된다. 도륙당한 희생자 수가 무려 30여만 명!

 

역사는 기억하는 자의 것이다. 그 교훈은 과거를 되새기며 이로부터 배우려는 사람에게만 가치 있는 것이다. 수십 년 동안 남경대학살은 일본과 중국 모두에 의해 은폐되어 왔다. 가해자야 당연히 숨기고 싶었겠지만, 피해자 역시 외침에 수도가 유린된 이 수치스러운 사건을 되새기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양국의 '공모'는 아이리스 장이라는 젊은 저널리스트의 열정적인 활동에 의해 와해된다. 그녀의 유명한 책 [남경 대학살]에 의해 그 실상이 알려지면서 더 이상 모르쇠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일본의 은폐 음모는 계속되지만 중국의 태도는 급반전한다. 이를 추모기념하기 위한 대대적인 사업이 기획된 것이다. 그 결과물이 남경학살기념관이다.

 

2007년 확장 재개장된 이 기념관은 크게 실내기념관과 야외기념관으로 구분되는데 그 생생하고 방대한 자료가 우선 압도적이다. 또한 전시기법도 최신의 것들을 맘껏 활용하여 관람객으로 하여금 역사의 현장에 와 있다는 느낌을 절감하게 해주고 있다.

 

'용서는 하되 잊지는 말자!' 이 기념관의 모토다. 용서하기 위해서는 그 진상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기본 작업조차 예산타령 등으로 게을리 하며 이로 인해 반목과 원한의 역사를 되풀이 하고 있다. 가까이는 용산참사, 광주항쟁, 그리고 동학농민혁명까지!

 

우리 민족민주운동의 뿌리인 동학농민혁명! 그 기념사업은, 엉뚱한 인사들에 의해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기념재단의 운영 실태만큼이나, 엉성하다. 그 중심인 전주에는 기념공원 하나 없다. 민관합치의 모범을 보였던 전라감영 선화당의 복원 전망도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내년 2014년 두 갑자를 이렇게 맞이할 수는 없다. 제대로 기리는 역사가 훌륭한 관광자원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서라도 서둘러 추스를 일이다. 시와 도의 전향적 태도변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종민 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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